고려인 이주 150돌 … 고국 방문 도와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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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3일 오후 7시30분 서울 대방동의 서울여성프라자 국제회의실에서는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음악과 춤 공연이 펼쳐진다. 옛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삶의 근거를 잃고 중앙아시아로 흘러든 고려인 1세대와 그 후손 30여 명이 펼치는 ‘코리안 하모니’ 공연이다. 어렵사리 찾은 한국에서 단순히 관광만 하고 돌아갈 게 아니라 아직도 절절한 자신들의 ‘고국(故國) 사랑’을 보여주자는 뜻에서 마련한 무대다. 77세 최나제즈다 할머니가 포함된 우즈베키스탄의 만남 합창단 17명이 ‘고향의 봄’ ‘아리랑’ 등을 부르고, 타지키스탄에서 온 3명은 우리의 부채춤 비슷한 무용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은 1996년 결성돼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을 도와온 비정부기구(NGO)인 ‘프렌드아시아’가 주선했다. 이 단체의 박용선(47·사진) 사무국장은 “올해는 조선인들이 러시아 땅으로 처음 이주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수익금을 모아 항공료가 없어 한국을 찾지 못하는 고려인들을 돕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는 1930년대 이뤄졌지만 그들의 뿌리는 1864년 자발적으로 연해주 땅을 밟은 고려인인 만큼 ‘고려인 150주년’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중앙아시아 6∼7개국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 후손은 50만 명에 이르지만 아무래도 소수민족이다 보니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도 교재나 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프렌드아시아는 2007년부터 이들의 고향방문을 주선하고, 한국어 교재 등을 지원해 왔다. 박 국장은 “유라시아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고려인에 대한 지원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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