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생존 옛 일본군' 조작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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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필리핀 민다나오섬 산악지대에 옛 일본군 2명이 생존해 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조작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언론들은 29일 "옛 일본군 2명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중개인이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어 일본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 약속이 사흘째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주재 일본대사관의 공보관은 28일 "나이 많은 일본군들이 산악지대나 섬에 숨어 있다는 소문은 많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며 "이번 보도를 뒷받침할 문서나 사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중개인도 생존자 2명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다나오섬 지역을 담당하는 필리핀 정보 당국 관리는 27일 "엉터리일 가능성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마닐라에서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사이(淺井.58)란 중재자는 "생존자 2명 구출 절차를 극비리에 마쳤는데 일본 외무성이 언론에 흘려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생존자 2명이 있는 산악지대 무장세력들이 '통행료'를 당초 합의했던 금액의 5배로 올렸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이니치(每日)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외무성은 '생존자 확인이 이뤄질 때까지 돈을 낼 수 없다'고 하고 있어 나도 협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사히(朝日) 신문에는 "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9일 마닐라로 돌아갈 것이며 생존자 2명의 귀국 협상은 그 뒤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재자의 주장이 오락가락하자 일본 정부는 중개인의 신원과 그의 정보를 종합 정리한 뒤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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