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칙 다 지켰는데…" 스페인, 에볼라 쇼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복지장관인) 아나 마토는 물러나라.”

 “정보를 달라.”

 7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라 파스 카를로스 3세 병원에서는 의료진들이 모여 이같이 부르짖었다. 일부는 울기도 했고 일부는 아예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 에볼라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열대병 치료 전문인 이 병원에서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신부와 선교사가 후송돼 치료를 받다 숨졌다. 당시 치료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는 에볼라가 발병하면서 격리된 상태다. 로메로 간호사는 서아프리카 밖에서의 첫 감염자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이날 “로메로 간호사는 적절한 치료를 받고 현재 안정상태로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에볼라 추가 감염 가능성 때문에 로메로의 남편과 나이지리아를 여행하고 온 남성 등 4명을 격리 수용하는 한편 로메로와 접촉했을 수도 있는 50여 명을 모니터 중이라고 덧붙였다. 8일에도 로메로의 친구이자 같은 치료팀이었던 한 간호사가 고열 증세를 보여 추가로 격리했다.

 스페인 당국은 그러나 “로메로 간호사가 어떻게 감염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로메로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 수칙을 다 지켰는데 왜 감염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이에 “감염 경로를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문역인 피터 피오트 교수(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는 이와 관련 “(선진국에서) 에볼라가 창궐할 가능성은 없지만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을 비비는 등 아주 작은 실수라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일들이 미국이나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서아프리카 밖에선 스페인 외에도 미국·영국·프랑스·독일·노르웨이 등이 환자를 치료했거나 치료 중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