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망하는 길' 이색 워크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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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난 후에 부랴부랴 수립한 신용카드 대란 방지대책은 대표적인 뒷북 정책이다."

"과거에 땜질식 정책을 만든 경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책 일관성이 없어져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 전문가의 정부 비판이 아니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간부들이 밝힌 자성의 목소리다. 26~27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재경부가 망하는 시나리오'라는 주제로 열린 재경부 혁신 워크숍에서 나온 '자아비판'이다. 워크숍에는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재경부 3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했다. 재경부가 망한다는 극단적인 주제를 선택한 것은 망하는 과정을 알면 생존 방법도 알 수 있다는 역(逆)발상의 논리에서다.

간부들은 경제정책을 제때 수립하지 못해 신뢰가 떨어지고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상실해 다른 기관으로 흡수되거나 해체되는 상황을 '재경부가 망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경기상황 진단 실패▶뒷북 정책▶정책 수립 절차의 합리성.투명성 결여▶비용 개념이 없는 막가파식 정책▶시장.여론.언론의 의견 무시▶정치적 외풍▶'모피아'(재경부의 영문약자 MOFE와 마피아를 결합한 것)로 표현되는 집단우월의식 등이 겹쳐서 일어나면 재경부가 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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