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파출소가 민원센터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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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얼마 전 옷을 사러 나갔던 딸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잠시 옷을 입어 보는 사이에 지갑을 도둑맞았다는 것이었다. 지갑에 든 돈을 잃어버리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주민등록증이 나쁜 데 쓰일까봐 더 걱정스러웠다.

딸에게 "우선 가까운 파출소로 가 분실신고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딸은 실망한 목소리로 "파출소에 가서 분실신고 하겠다고 말했다가 '여기가 동사무소인 줄 아느냐'며 핀잔만 들었다"고 했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이 동사무소의 업무인 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동사무소가 이미 문을 닫은 저녁 무렵이어서 주소지 동사무소에 가서 분실신고를 할 수 없었다.

지갑을 훔친 사람이 밤 사이에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잃어버린 사람으로서는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파출소에서 일단 분실신고 정도는 접수해 줄 수 없을까. 또 경찰관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알지만 당황스러워 하는 민원인에게 핀잔 대신 위로를 해줄 수는 없었을까.

황주미.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