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조사 발표에 네티즌 물음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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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과거사위가 26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한 대강의 윤곽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27일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와 주요 포털 사이트 등에는 조사결과에 의문을 표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많았다.

네티즌들은 '조사결과가 신현진씨 한 사람의 증언에만 의존했다는 것'과 '김형욱 살해를 지시한 사람은 대체 누구냐는 것'등을 놓고 "국정원의 조사는 부실조사"라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오일게이트와 행담도관련 비리 의혹 등으로 위기에 몰린 여권에서 물타기 용으로 긴급히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우선 국정원 과거사위의 결과 발표는 의문투성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린 tijjgnkjr는 "김형욱씨는 명색이 중정 부장 출신인데, 쫓기는 입장에서 돈 빌리겠다고 취중에 사람을 만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며 "연수생을 동원해 살해를 지시하고, 동구권 사람이 김 전 부장을 죽였다는 것 등 모든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nk9340는 "일국의 최고 정보책임자를 지낸 사람이 항상 신변의 위협을 느낄것'이라며 "버젓이 파리의 번화가에서 자기를 죽일려는 의도를 가진 정보부의 차를 탄것부터가 매우 비상식적이고 처음부터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ass510는 "현재로서는 증거는 하나도 없고, 그냥 사주를 받아 김 전 부장을 죽였다는 신현진씨의 증언만 있는 것 아니냐"며 "신씨의 말이 진짠지 거짓인지 구별하는게 우선해야 할 것'이라 꼬집었다.

'김형욱을 살해한 배후' 역시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ssangta2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살해지시를 내리지는 않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차지철이 했을 것"이라며 과거사위의 자세한 조사를 촉구했다.

dannyjjujju는 "국정권 조사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에 해가 된다고 김형욱을 죽인 김재규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진실은 언제쯤 밝혀질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아이디 eomboby는 "미국 정보기관도 스위스를 거쳐 사우디로 간게 확실하다고 했는데, 저런 결과를 어떻게 믿느냐"면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진술에만 의존하는 국정원 과거사위의 수사결과 발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포털에 글을 올린 kiki는 "결국 아무 증거자료도 없이 추측만으로 중간수사발표라고 한 것이니 또 제 2의 김대업을 내세워 추리소설을 쓴 것 아니냐"며 "국가기관이라는 곳이 추리소설이나 쓰는 곳인지, 국민을 아주 바보를 안다"며 비난했다.

tijjgnkjr도 "국정원은 제발 아무런 상식도 없는 발표를 그만 하라"면서 "옛날 중정이 그렇게 한심하게 행동할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라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이어 '과거사' 보다는 '현실에 충실해 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영호씨는 "김형욱 사건이 행담도나 이광재 사건보다 훨씬 더 크게 다뤄지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여당이 사면초가에 갇히니까 탈출구가 필요한 모양"이라 지적했다.

한편 '김형욱 회고록'을 집필한 김경재 전 의원은 27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재규 부장은 유신체제 종식이라는 측면에서 김형욱 전 부장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한 사람"이라면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김형욱 전 중정부장 살해를) 지시했는지에 원초적 의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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