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체 윤리 경영 눈에 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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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우리 제약사의 고객인 의사와 개인적으로 친해지려고 식사를 하면 안 된다' '친해졌다고 고객과 같이 야구경기를 보러 가는 것도 금지한다.'

이렇게 딱딱한 윤리 규정을 둔 회사들이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이다. 이들에게 '접대'는 남의 나라 얘기다. 거래 상대인 의사는 철저하게 환자의 건강을 생각해 약을 택해야지, 제약사 영업직원과의 친분 때문에 약을 선택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한국릴리는 의사가 자리에 없을 때 명함에 '이런 효능을 가진 약을 담당하고 있다'고 써서 자리에 놓고 가는 것도 막고 있다. 회사에서 직접 만든, 약의 효능을 과학적이고 정확히 설명한 인쇄물만 의사에게 주도록 제한했다.

대부분의 외국계 제약사들은 100여 가지의 까다로운 윤리 규정을 책으로 만들어 직원들이 익히도록 한다. 한국릴리와 한국노바티스는 심지어 윤리 규정 시험까지 친다. 여기에 합격해야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한국릴리의 미국 본사는 '임상시험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약의 효능뿐 아니라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까지 낱낱이 공개한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의사가 약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해 의료사고를 줄이고, 또 환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MSD는 '의사에게 의약품 샘플을 주는 것은 환자 한 명을 한 달간 치료할 분량만 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거래처에서 일할 경우는 회사에 알려야 한다. 약품의 효능에 의한 것이 아닌 거래 성사를 막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미국 본사는 또 "현지 법인이 있는 나라의 법률이 본사의 윤리 규정보다 약하더라도 반드시 본사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까지 윤리 규정에 명시했다. 이 회사는 '윤리 상담 전화'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어떤 행동이 과연 윤리 규정에 어긋나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이 있을 때 세계 각국의 현지 법인 직원들이 이곳으로 전화해 상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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