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아름다워] '서울아트마켓 2005' 기대 반, 걱정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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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내외 아트마켓(Arts Market) 이야기는 이 코너에서 이미 두어 번 소개한 바 있다. 이 이벤트를 비교적 비중 있게 소개하는 것은 공연예술도 공개 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뮤지컬 등 상업공연물은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없이도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시장원리가 나름대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다원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비상업예술은 정보와 소통 창구의 부족으로 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편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공개적인 시장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해 보겠다는 게 아트마켓을 주관하는 나라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 예술계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동아시아와 호주, 캐나다 등에서 아트마켓이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유럽과 미국 등 소위 문화예술 강국 주도의 '정보와 유통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 21세기 문화입국의 웅지를 키우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한국도 이 대열에 동참을 선언했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발족한 서울아트마켓 추진위원회 주최로 오는 10월 6-8일 첫 행사를 연다. 정식명칭은 '서울아트마켓 2005'. 행사의 주 무대는 국립극장 앞마당이며 여느 아트마켓처럼 쇼케이스(시범공연)와 워크숍, 세미나 등이 열린다. 영문 이니셜은 PAMS(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다.

시기로 보면 서울아트마켓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매김에 성공한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의 아트마켓 바로 앞뒤에 위치한다. 굳이 왜 이렇게 애매한 시기로 잡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당당히 상대방과 '맞장 뜨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경쟁 대상이 있어 우리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아트마켓이 세계 공연예술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띠어야 한다.

아시아 전체의 대표성을 표방한 싱가포르 '아시안 아트마켓'이나 자국 예술 지향의 도쿄.상하이 마켓과 차별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급선무다. 비슷해서는 일본과 중국의 아류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정재왈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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