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의신청 않고 곧바로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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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전화 담합 행위에 물린 '과징금' 후폭풍이 거세다. 115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한 KT는 26일 행정소송을 제기키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이의 신청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바로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부도 공정위의 결정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자칫하면 정통부의 통신 정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이날 "공정위의 심결 결과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 엇갈린 입장=KT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2003년 6월 체결된 하나로텔레콤과의 가격 담합은 정통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정통부가 2002년 11월 KT에 '하나로텔레콤도 웬만큼 역량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해 하나로텔레콤과 가격을 조정했다"며 "결국 정부가 유도한 담합인데도 공정위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행정지도 여부와 관계없이 담합 행위는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지도는 일종의 권고 사항일 뿐 업체들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2002년 11월의 행정지도를 감안해 최고 5%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3%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담합 기간에 대한 KT와 공정위의 입장도 달랐다. 공정위는 2004년 8월로, KT는 2003년 11월까지로 보고 있다. 기간이 길수록 과징금 규모가 커진다.

◆ 당혹스러운 정통부=통신 전문가들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정통부의 통신 정책 전반이 흔들릴 소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가 후발 사업자의 자생을 돕기 위해 선발 사업자의 발을 묶는 이른바 '유효경쟁 정책' 자체가 담합으로 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선발 사업자의 독점 폐단을 막기 위해 KT와 SK텔레콤의 요금을 마음대로 내리지 못하도록 감독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공정위가 이동전화 요금에 대해 담합 가능성을 제기하자 정통부는 "통신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한 소리"라고 받아쳤다.

한편 이번 공정위 결정이 오는 8월 중순 임기가 만료되는 이용경 사장의 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시민단체들과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통신업체들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이 침해를 당한 것이 확인됐다"며 "요금 환급 요구나 소송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이 사장의 임기가 8월 19일 끝남에 따라 다음달 7일 후보 공고를 시작으로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이희성.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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