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국가 주석과 한국 야당 대표와의 면담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면담은 중국 측에서 원해 이뤄졌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중국 대외연락부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온, 그다지 급이 높지 않은 당 관계자가 면담을 추진해 성사를 기대하진 않았다"며 "그런데 김하중 주중 대사가 '중국에서 박 대표를 자발적으로 만나고 싶어했다'고 전해 주더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박 대표는 후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며 중국어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다. 후 주석은 "박 대표의 이번 방문은 중.한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박 대표는 "4년 만에 중국에 다시 왔는데 듣던 대로 크게 변화하고 발전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후 주석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며칠 사이에 북미 쌍방이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것은 쌍방이 대화와 담판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고 지적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한 가닥 희망이 있는 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후 주석은 한.중 교역액이 연내에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면서 "수교 10여 년 사이에 이렇게 발전한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국 측이 박 대표와의 만남에 선뜻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특히 박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탕자쉬안(唐家璇)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23일 박 대표와의 만찬에서 포항제철에 가 본 경험을 얘기하며 "포철을 있게 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의 힘이라 생각하니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중국이 박 대표의 가능성을 보고 나름대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탕 위원은 23일 만찬에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탕 위원은 "4.30 재.보선에서 박 대표가 굉장히 훌륭한 성과를 나타냈는데 계속 주목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측은 박 대표에게 별도의 리무진을 내주고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숙소로 제공했다. 이동할 때는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3일 베이징은 낮 기온이 29도까지 올랐지만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면담과, 이어 열린 탕 위원 주재 만찬은 박 대표가 감기에 걸린 것을 배려해 에어컨을 끈 채 진행됐다.
베이징=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