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도 놀란 '박대표·후진타오 면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4일 열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과의 면담은 40여 분간 진행됐다. 대화의 상당 부분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것이었다. 양국 교역 관계나 이공계 육성 등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국가 주석과 한국 야당 대표와의 면담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면담은 중국 측에서 원해 이뤄졌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중국 대외연락부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온, 그다지 급이 높지 않은 당 관계자가 면담을 추진해 성사를 기대하진 않았다"며 "그런데 김하중 주중 대사가 '중국에서 박 대표를 자발적으로 만나고 싶어했다'고 전해 주더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박 대표는 후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며 중국어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다. 후 주석은 "박 대표의 이번 방문은 중.한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박 대표는 "4년 만에 중국에 다시 왔는데 듣던 대로 크게 변화하고 발전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후 주석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며칠 사이에 북미 쌍방이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것은 쌍방이 대화와 담판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고 지적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한 가닥 희망이 있는 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후 주석은 한.중 교역액이 연내에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면서 "수교 10여 년 사이에 이렇게 발전한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국 측이 박 대표와의 만남에 선뜻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특히 박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탕자쉬안(唐家璇)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23일 박 대표와의 만찬에서 포항제철에 가 본 경험을 얘기하며 "포철을 있게 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의 힘이라 생각하니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중국이 박 대표의 가능성을 보고 나름대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탕 위원은 23일 만찬에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탕 위원은 "4.30 재.보선에서 박 대표가 굉장히 훌륭한 성과를 나타냈는데 계속 주목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측은 박 대표에게 별도의 리무진을 내주고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숙소로 제공했다. 이동할 때는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3일 베이징은 낮 기온이 29도까지 올랐지만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면담과, 이어 열린 탕 위원 주재 만찬은 박 대표가 감기에 걸린 것을 배려해 에어컨을 끈 채 진행됐다.

베이징=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