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련 빅3 '친노 독식' 막아라 … 비노그룹 공동전선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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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일단락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 물밑에선 벌써 당권 경쟁 모드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1월 당 대표를 뽑는다. 차기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의원들의 운명이 좌우된다.

 ‘친노무현’(친노)그룹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면서다.

 일찍부터 출마를 시사해 온 정세균 의원도 ‘범친노’로 분류된다. 정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문 의원이 출마하더라도 결선투표에 가면 중도에 대한 확장성에서 정 의원이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파를 안배하도록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야당으로선 친노그룹의 강세가 역으로 딜레마다.

 9일 원내대표 경선엔 범친노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원, 정세균 의원과 친한 최재성 의원, 비노그룹의 이종걸 의원이 맞선다.

 만약 우 의원이 승리한다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원내지도부가 모두 친노진영이 장악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당초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였던 유인태 의원은 “문재인(비대위원에), 문희상에, 나까지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실상 출마를 고사했다.

 여기에 당권까지 거머쥔다면 비노그룹이 반발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제각각이던 비노그룹은 일단 연대협력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친노계의 독식을 막기 위해서다. 비노그룹의 당권 주자들은 박지원·추미애·김영환 의원 등이 꼽힌다. 추 의원 측은 “혁신이 화두에 오른 상황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노가 다시 주축이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비노그룹에선 분당론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영환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에 이어 원내대표와 당 대표까지 친노·강경세력이 장악한다는 건 당을 쪼개자는 것”이라며 “차라리 노선별로 분당해 필요에 따른 선거 연대를 하는 방법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호남 중진 의원도 “동상이몽의 당 구조를 무리하게 가져가는 것보다 분당을 통해 총선에서 대결하고 국민 심판을 받아 보자”고 했다.

 물론 신당을 결행하기란 쉽지 않다. 탈당이란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고 140억원에 달하는 당 운영비 등을 포기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친노진영이 독식할 경우 여차하면 갈라설 수 있다는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이지만 어쨌든 신당 창당을 얘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9일 원내대표 경선에선 이런 야권의 복잡한 계파 갈등구도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한 핵심 당직자는 “친노가 지원하는 우윤근 의원과 범친노인 정세균계가 미는 최재성 의원, 비노의 이종걸 의원이 맞붙을 경우 특정 계파의 독식을 차단하기 위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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