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더 이상 에볼라 청정지역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에볼라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CCD에 따르면 이 미국인 환자는 9월19일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다음날 미국에 도착했다. 라이베리아를 여행했던 이 환자는 24일 에볼라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틀 뒤 댈러스에 있는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을 찾았다. 그 동안 서아프리카에서 의료 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돼 미국으로 후송된 경우는 있었지만, 미국 땅에서 에볼라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5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첫 번째 사례기도 하다.

미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더 이상 에볼라 청정지역이 아니게 된데다, 환자가 격리되기까지의 일주일간 주위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상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CDC는 전문 요원들을 댈러스에 급파했으며 환자는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가족을 포함해 환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 중이다.

톰 프라이든 CDC국장은 “미국에서 에볼라가 창궐할 위험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CDC는 환자와 같은 비행기 동승객들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없다고 보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열이나 구토 등 에볼라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혈액이나 침 등과 접촉했을 때만 옮겨진다는 것이다. 프라이든 국장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에볼라를 퍼뜨리지 않는다”며 “환자는 비행기 탑승 전에 열 체크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주간이 미국 내 에볼라 격퇴전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볼라 잠복기가 감염 후 2~21일이기 때문이다.

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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