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캐나다도 한국 국회 우려…2년 동안 발목,반목정치로 어려움 겪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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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파행을 계속하고 있는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또 다시 쓴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캐나다 순방 때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캐나다 인사로부터 들었던 한국 국회 얘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이번 FTA는 협상 기간만 9년이 걸릴 정도로 매우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타결됐다”며 “캐나다와 과거부터 쌓여온 불신의 벽을 허무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저는 캐나다 서명 시에 캐나다 측에서 ‘이렇게 힘들게 FTA를 서명하지만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 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지금 우리 국회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우리나라 국익과 외교에 얼마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2년 전 서울에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연설을 할 때의 그 공허하고 착잡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며 “부디 국회에서는 이번에 제출된 한·호주 FTA와 금주 중에 제출될 한·캐나다 FTA 심의를 조속히 마무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에 관해 연설했다. 하지만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한국이 선도적으로 처리를 약속했던 핵방호법안을 연설 전까지 국회가 처리하지 않아 국제사회에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그러고는 “지금 국회의 장기 공전으로 인해 국정감사 등 모든 일정이 늦어지고 있고, 법안도 150일째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고 있어서 민생경제 지원과 내수활성화, 국민안전시스템 구축 등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뒤 “정치도 국회도 모두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고,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약속을 한 것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약속과 맹세는 어디로 가고 모든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2년 동안을 정치권이 장외정치와 발목·반목정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일수록 국무위원들께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소신과 철학을 갖고 각 부처를 운영해 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국무회의 때는 “국회가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땐 그 의무를 반납하고 의원 세비도 돌려줘야 한다”고 강도 높게 국회를 비판했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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