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 맥주

중앙일보

입력

‘클라우드’ 맥주는 희석수를 섞지 않아 풍미가 깊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클라우드 광고 모델인 전지현의 모습.

 선선한 가을은 깊고 풍부한 맛의 맥주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맥주의 풍미를 좌우하는 핵심은 제조 공법에 있다. 유럽의 정통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에서 채택하고 있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이 공법을 적용한 ‘클라우드’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유의 풍미를 내세우는 맛의 비밀은 뭘까.

 최근 온라인에서는 ‘물 타지 않은 맥주’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클라우드가 ‘물 타지 않은 맥주’ 슬로건을 내세우며 인기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존 맥주는 물을 타고 클라우드만 물을 타지 않았느냐’라든가, ‘물을 타지 않고 어떻게 맥주가 만들어지느냐’는 의문이 빗발친다.
 맥주 공법의 ‘물 논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맥주 제조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말한다. 물은 맥아·호프와 함께 맥주를 만드는 3대 주요 원료다. 물 없이는 맥주를 제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물 타지 않은 맥주’란 뜻은 뭘까. 롯데주류 관계자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에서 ‘물을 타지 않았다’는 의미는 희석수를 섞지 않고 발효된 원액 그대로 제품화해 출시된 맥주라는 뜻”이라며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맥주 원액 자체가 완성된 맥주
 맥주 공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과 ‘하이 그래비티 공법’이다. 맥주 제조의 시작은 맥아·호프에·물을 섞어 맥즙을 만드는 것으로 어느 공법이든 동일하다. 만들어진 맥즙을 탱크에서 7일간 발효한다. 이후 21일 동안 숙성하고,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치면 맥주 원액이완성된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과 하이 그래비티 공법의 차이는 이 다음 단계부터 나타난다. 맥주 발효 원액을 어떻게 가공하느냐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은 맥주 원액 자체를 완성된 맥주로 취급한다. 이를 그대로 출시하는 것이다. 맥주가 된 순간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는 점이 특징이다. 발효시킬 때 알코올 농도와 완성된 맥주의 알코올 농도가 똑같이 5도다. 유럽 각국의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 맥주에서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은 이 같은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활용해서다. 맥주 본연의 깊고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한다.
 반면에 하이 그래비티 공법에선 여과 과정을 거친 맥주 원액에 희석수를 탄다. 처음 제조할 때부터 높은 도수(6~7도)를 낼 수 있도록 맥즙을 발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을 타서 희석시켜 도수를 낮춘 다음 시중에 판매한다. 상대적으로 청량감이 뛰어나고 상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라거 맥주가 이 공법을 사용한다. 같은 알코올 도수라도 맛이 깊고 풍부한 맥주와 가볍고 상쾌한 맥주로 나뉘는 이유는 공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맥주 신선도 유지해주는 거품
 맥주의 맛을 가르는 또 다른 특징은 ‘거품의 품질’이다. 풍부하고 부드러운 거품은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거친 맥주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발효 원액에 물을 타지 않아 처음에 생성된 맥주 거품이 쉽게 꺼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유지된다. 맥주 거품은 부드러운 풍미뿐 아니라 맥주의 향·맛을 지키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거품이 풍부하고 오래 지속되면 품질이 좋은 것이다. 맥주의 신선도가 높게 유지되는 데는 이처럼 품질 좋은 거품의 역할이 크다. 클라우드는 구름처럼 풍부한 맥주 거품을 의미한다.
 최근 맥주의 깊고 풍부한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기존 국내 라거 맥주의 비슷비슷한 맛에 싫증난 사람들이 수입·국산 맥주의 맛을 비교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할 만큼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욕구가 커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풍부한 맛과 거품을 구현하는 프리미엄 맥주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글=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사진="클라우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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