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이상규, 이빨 빠지고도 동메달 따내는 투혼 발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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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으로 따낸 메달이었다. 레슬링에 출전한 이상규(28·부천시청)가 경기 도중 이빨이 빠지고 팔도 꺾이는 부상을 입고도 동메달을 따냈다.

이상규는 2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74㎏급 16강을 통과한 뒤 8강에서 장청야오(29·중국)를 만났다. 이상규는 1피리어드에서 연속 옆구르기를 성공시켜 6-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고통스러워하며 매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돌아가는 과정에서 장청야오의 발에 입부위를 맞아서였다. 그 와중에 이상규의 치아가 하나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상규는 이후 6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격렬한 경기를 치르는 도중 이상규의 치아가 하나 더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입에서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2피리어드에서 4점을 추가해 끝내 10-6으로 이겼다.

이상규의 투혼은 이어졌다. 4강에서 이란의 에자톨라 아크바리자린콜라에이(22)와 접전을 펼쳤다. 예선전 도중부터 아팠던 오른 팔꿈치가 꺾이기도 했다. 결국 3-3으로 맞선 경기 막판 실점을 허용해 3-4로 졌다. 그러나 동메달결정전에서는 부트 무하마드 아사드(파키스탄)를 6-2로 꺾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규는 "(이가 빠져)통증이 있긴 했지만 참았다. 아쉽지만 그동안 고생한 걸 보상받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아들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상규는 28살인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늦깎이 국가대표인 그는 "그동안 대표 선발전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메달을 따내서 마음이 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힘도 많이 달린다. 파워를 보강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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