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치뼈 뻐근하시다고요? 고관절질환 의심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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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본병원 최광천 원장이 고관절질환의 증상·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잘못된 상식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오해를 낳는다. 관절질환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고관절질환은 초기 증상이 다른 척추질환과 비슷해 병을 키우기 쉽다. 병원을 전전하다 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우’를 범한다.

 서울 중곡동에 사는 주부 정모(60·여)씨. 그는 집안일을 할 때나 걸어다닐 때 왼쪽 엉덩이뼈 부근에 통증이 조금씩 커졌다. 급기야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동네 병원에서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자 정씨는 관절병원을 찾았고, 그동안의 통증이 고관절질환인 ‘중둔근건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직장인 황모(46·여·서울 신천동)씨. 허리 아래쪽 허벅지와 무릎에 통증이 오더니 최근 잠잘 때 옆으로 제대로 눕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커졌다. 심해지는 통증에 병원을 찾았고,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무릎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것은 ‘대전자점액낭염’이라는 생소한 질환이었다. 바른본병원 관절센터 최광천 원장은 “고관절 통증은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한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증상 파악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둔근은 엉덩이 위쪽의 바깥쪽 근육을 말한다. 이 근육의 말단인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중둔근건염이다. 걷거나 오래 서 있을 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달리기를 할 때 고관절 주위에 통증이 생긴다.

 대전자점액낭염은 대퇴골(넙다리뼈)에서 고관절과 연결되는 부위 바깥쪽 부근에 있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염증이 생기면 엉덩이 바깥쪽에 통증이 생긴다.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외상, 과도한 운동, 잘못된 걸음걸이 등이 원인이 된다.

 문제는 두 질환 모두 척추질환이나 무릎관절염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면밀한 진찰 없이는 의사조차 다른 질환으로 착각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중둔근건염과 대전자점액낭염 등 고관절질환은 세밀한 진찰로 연부조직 감염, 피로 골절, 관절염 등과 감별해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질환은 초기에는 소염제와 물리치료 등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가 잘 돼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관절내시경 시술을 받아야 한다.

관절내시경 시술은 1㎝ 미만의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보면서 치료한다. 관절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어 MRI(자기공명영상촬영)로도 알 수 없던 미세한 손상까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기존 절개식보다 후유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최 원장은 “염증이 오래돼 석회화된 건염은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통증을 수반하지만 관절내시경으로 이를 제거하면 바로 통증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다음 날 보행도 가능하다. 그는 특히 “고관절내시경 치료는 까다로운 시술인 만큼 숙련된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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