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 정부의 인사 난맥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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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가 내놓은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사퇴와 관련한 설명자료는 책임 전가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 핵심 참모의 미심쩍은 중도하차에 대해 사과도 재발 방지에 대한 각오 표명도 없었다. 송 전 수석은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기 하루 전(9월 20일) 아무런 설명 없이 사퇴해 도대체 청와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의구심을 자아냈다. 엊그제 나온 청와대 설명의 요지는 첫째, 서울 서초경찰서가 송 전 수석이 임명(6월 13일)되기 나흘 전 소환조사를 했으나 이 사실을 경찰 전산망에 띄우지 않았으며 둘째, 송 전 수석도 소환조사 다음 날 작성한 청와대 인사검증질문서에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허위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실패가 경찰의 업무 태만이나 인사 대상자의 거짓말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인데,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송 전 수석이 임명된 6월 13일부터 사퇴한 9월 20일까지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민정수석실 인적 정보망의 나태와 부실을 합리화할 수 없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인 김영한 민정수석 밑엔 검사·변호사 출신의 1급 비서관이 4명이나 되고 40명 안팎의 행정관이 바글거리며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인사검증 담당인 공직기강 비서관 산하엔 검찰·경찰·국정원 등 각 수사기관의 정예요원들이 파견돼 있다. 이들의 업무엔 첩보와 정보를 다루는 일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데 청와대 최고위급 인사에 관한 일선 경찰의 수사 사실이 100일가량 공중에 떠돌아다닌 뒤에야 민정수석실에 전달됐다는 게 기가 막힐 뿐이다. 수사기관 전산망에 공식으로 올라야만 비로소 정보로 확인하는 수준의 민정수석실이라면 그 정예급 고급 인력들이 왜 있어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난 김영한 민정수석은 스스로 청와대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는 검증의 부실과 무능의 문제를 넘어 인사관·인사방식·인사소통의 문제로 확산돼 있다. 민정수석실 차원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 정권적 차원의 정치적 문제라는 얘기다. 인사는 ‘통치권자의 고유한 결단’ 같은 구태의연한 철학에서 벗어나 ‘국민 주권을 위임받아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인사’라는 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사안의 자초지종을 송 전 수석이 사퇴할 때 진작 밝히지 않았던 청와대의 오만하고 미숙한 정무적 판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인사검증을 자의적인 통치권 차원이 아니라 일정한 법적 근거를 갖도록 하기 위해 가칭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돼 국회에서 논의된 바가 있기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