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돼지 스타일 … 오늘 비대위원과 계파주의 종식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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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일단은 침몰하는 배를 건지자. 선장 싸움을 하더라도 그 다음에 해야 한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 활동의 키워드는 공정”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의원 등이 포함된 6인 비대위 명단을 발표한 뒤다. 특히 그는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해 책임질 사람들, 예를 들어 전·현직 당 대표들을 다 모았다”며 “지리멸렬된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선 “국회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시녀 노릇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를 뛰어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결단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비대위원장 취임 소감은.

 “난 그냥 산돼지처럼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낮밤 없이 뛸 거다.”

 - 세월호 협상이 최대 난제다.

 “여야 합의안을 존중하지 못하고, 약속을 못 지킨 데 대해 우리 당은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협상 해야 한다. 2차 합의안이 나왔을 때 1차 합의안이 깨졌듯, 3차 합의안이 나오면 2차 합의는 자동 으로 깨질 것이다.”

 -‘2차 합의가 최종안’이라는 게 여당 입장인데.

 “가이드라인을 정한 건 대통령인데, 이건 잘못된 거다. 의회가 3차 합의도 못하게 만드는 건 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 대통령이 반대하는데 여당이 움직일 수 있나.

 “있다고 본다. 그래야 의회주의다. 다시 합의하기 위해 원내대표를 돕고 투 트랙(협상)이건 다른 루트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 꼬인 정국을 풀 복안이 있다고 했는데 .

 “복안은 배 속에 있을 때가 복안이다 .”

 - 세월호특별법이 처리 안 되면 국정감사나 다른 법안도 처리를 못하나.

 “나는 분명 의회주의자다. 어떻게 하든지 (국회를) 해야 하는데, 코앞에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안 되면 하기가 난감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죽기살기로 (세월호법을) 통과시킬 것이다. (세월호법과 국감 등 국회 활동을 연계할지에 대해) 내 속마음은 있지만 말할 순 없다.”

 - 새누리당 김 대표와의 관계는.

 “해외여행도 같이한 적 있고 동교동과 상도동 합동모임의 간사 역할을 함께했다. 그분의 통 큰 정치를 존경한다. 우리는 통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 문재인 의원이 비대위 참여를 고심했다는데.

 “그분의 성격이고 어법이다. 돕겠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했다. 고민스러운 점이 물론 있지 않았겠나.”

 -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는 빠졌다.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그분들 논리는 ‘비대위 출범 자체가 (7·30 재·보선 참패 뒤) 우리가 사퇴했기 때문인데, 또 새로운 비대위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명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참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언제든 문을 열어 놓겠다’고 말씀드렸다.”

 - 당내 계파 갈등이 첨예하다.

 “난 ‘계파 안배’라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다. 비대위원들을 계파의 한 단위(수장)로 여기지 않을 거다. 이번 비대위 컨셉트는 ‘공정’이다.”

 - 포청천처럼 하겠다고 했는데.

 “민주주의 정당에서 계파는 인정돼야 한다. 다만 자기네만 독점하겠다는 데서 분파주의가 생기고 당이 지리멸렬해진다. 중요한 건 본인들이 죽기살기로 타파하려는 의지다. 그 의지를 실천하려면 수장들이 모여야 한다. 비대위원들이 ‘지금부터는 계파주의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게 내일 첫 회의의 내용이 될 거다. 내 모두발언에도 들어간다.”

 - 관리만 하고 혁신은 안 하나.

 “혁신을 안 하는 비대위가 무슨 비대위인가. ‘정치혁신 실천위원회’를 당장 구성할 거다.”

글=서승욱·이윤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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