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BOX] 쓸데없어 보이는 지식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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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많은 지식은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을 집요하게 추적한 학자들의 노력에 기대고 있다.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1822~1911)경이 대표적이다. 그는 생물학·수학·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사람들의 키, 학생들의 성적, 왕족의 수명은 물론 ‘케임브리지 학생들의 머리 크기 성장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영국 이곳 저곳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몇 명이나 마주쳤는가를 바탕으로 ‘영국 미녀 지도’를 만들었고, 초상화가 앞에 앉아 있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초상화 한 장을 그리는 데 화가가 몇 번이나 붓질을 하는지 두 번에 걸쳐 세어보았다. 답은 약 2만 번이었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스탠리 밀그램도 여러 기이한 실험을 했다. 소위 ‘보도실험’으로 알려진 실험에서 밀그램은 대학원생들을 뉴욕 시내 보도에 세워놓은 뒤 위를 올려다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이 학생들 옆에 서서 같이 위를 올려다보거나,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위를 올려다보게 만들려면 최소한 몇 명의 학생이 필요한가를 측정했다. 신중하게 수집된 이런 데이터는 인간의 집단행동에 대한 몇 가지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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