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담배도 끊고 이웃도 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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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담배도 끊고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교육훈련단의 엄성식(嚴聖植.28.교육담당(左))대위는 금연에 따른 고통스러운 금단증세를 이색적으로 이겨내고 있다.

그가 금연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은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1백원짜리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넣고, 이를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탁하는 것이다.

嚴대위는 23일 포항시 구룡포읍의 하늘마을양로원에 있는 이양순(76.(右))할머니에게 큰 돈은 아니지만 12만원이 든 돼지저금통 다섯개를 선물했다. 혼자 사는 李할머니는 저금통을 받는 것보다 자신을 생각하는 늠름한 손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더 기뻐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담배 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李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 초. 자원봉사를 위해 양로원에 들렀던 게 계기가 됐다. 자주 찾겠다고 약속을 한 嚴대위는 할머니 사진을 얻어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다가 불현듯 '담뱃값을 아껴 할머니를 돕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담배를 끊기 전 嚴대위의 흡연량은 하루 한 갑 정도.

군 복무를 하면서 금연을 결심하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그는 "남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금연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嚴대위가 동전을 모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훈련단 소속 장교 10여명도 금연 동전 모으기에 참여하고 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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