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 사건 이은 아랍 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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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옥중 사생활을 담은 사진들이 서구 언론에 공개되면서 중동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미국의 뉴스위크가 보도(오보)한 코란 모독 사건이 발생한 지 2주 만에 다시 속옷만 걸친 후세인의 사진을 접한 중동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팔레스타인계 아랍어 일간 알쿠드스 알아라비는 21일 "후세인 사진 파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비난했다. "무자비한 독재자였지만 한때 아랍권의 대표적 지도자가 서구 언론에 의해 그렇게 취급당할 수는 없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아랍권 최대 위성방송 알자지라도 "이번 사진 공개는 아랍권과 아랍인에 대한 모독이며 코란사건과 더불어 아랍.이슬람권에 대한 서구의 포괄적 전쟁의 일환으로 파악된다"고 혹평했다. 방송은 "아랍권에 쌓여온 반미 감정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문제의 사진을 방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범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속옷 차림의 후세인 사진을 거의 매시간 방송해 대조를 이뤘다. 친미 사우디 왕족이 대주주인 알아라비야 측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공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방송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왕족이 소유하고 있는 범아랍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도 1면 전체를 할애해 후세인이 빨래하는 모습의 대형 사진을 게재했다.

문제의 사진들은 20일 영국의 타블로이드 '더 선'에 의해 독점 공개된 뒤 전 세계에 퍼졌다. 후세인 변호인단 측은 문제의 사진을 실은 더선과 뉴욕 포스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 선 측은 추가 사진을 21일 공개해 사태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국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진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이 미군에 의해 유출된 것이 확인되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아랍어 일간 알하야트가 22일 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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