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26. 그린 주변 벙크샷 ((下)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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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주변 벙커샷 중 가장 까다로운 건 내리막 라이에서의 샷입니다. 그린을 향해 경사가 진 모래를 파고들어 공을 띄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공이 잔디 위에 떠있다 해도 그런 상황에서는 공을 띄워 그린에 안착시키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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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 바로 뒤가 스윙 최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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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방법은 있어요. 자, 어드레스부터 알아볼까요. 어드레스는 일반적인 내리막에서의 샷과 마찬가지로 체중을 왼발 쪽에 둬 경사면과 몸이 가급적 수평이 되도록 하세요. 사진 A처럼 말이에요. 스윙의 최저점이 공 바로 뒤가 되도록 몸의 무게중심을 이동해주는 겁니다. 상체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이는 게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클럽 페이스는 최대한 열어 가능한 한 가장 큰 로프트를 만드세요. 이 경우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클럽을 잡은 뒤 손목을 돌려 클럽 헤드를 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클럽 헤드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그립을 잡도록 하세요. 그리고 다른 벙커샷 때와 마찬가지로 왼발은 목표 방향보다 왼쪽을 향해 조금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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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됐으면 사진 B처럼 가파르게 백스윙을 합니다. 평소처럼 스윙궤도를 만들었다가는 공 뒤의 모래 둔덕에 클럽 헤드가 걸리고 말 거예요. 그러니 몇번이고 연습 스윙을 해 클럽 헤드가 공 바로 뒤에서 최저점을 이루도록 정확히 조정한 뒤 실제 샷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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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다른 벙커샷과 마찬가지로 백스윙의 크기는 작게 줄이는 게 좋아요. 벙커샷에서 페어웨이에서처럼 큰 백스윙은 금물입니다. 큰 스윙은 정확한 임팩트를 어렵게 하지요.

자, 이제 임팩트와 폴로스루입니다. 사진 C를 보시면 느낌이 오세요? 임팩트는 클럽 헤드의 날이 공 바로 뒤 모래를 살짝 파고들어 훑고 지나가도록 정교하게 합니다. 모래를 많이 때리면 공이 나가질 않고, 반대로 공을 먼저 때리면 낮게 깔리는 직선 총알 타구가 나오면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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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스윙은 가파르고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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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열어둔 상태이니 다운스윙은 자연스레 '아웃→인사이드' 궤도가 되겠지요(꼭 모래 위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 공을 높이 띄워 보낼 때 정교한 아웃→인 스윙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공 아랫부분을 파고들면서 공을 역회전시키는 아웃→인 스윙의 묘미를 연습장 같은 곳에서 느껴보시고 실전에서도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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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폴로스루는 클럽 헤드가 낮게 깔리도록 합니다. 뜨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공을 최대한 높이 띄우기 위한 자세지요. 물론 폴로스루도 크게 할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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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경사에서 벙커샷을 할 때는 핀에 붙기를 바라기보다 벙커 탈출과 온 그린을 목표로 삼는 게 좋아요. 욕심을 부리려다 화를 자초하는 일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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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이 벙커 뒤쪽 턱에 바싹 붙어 있다거나 움푹 박혀 있다거나 하는 최악의 경우라면 차라리 한 타를 까먹더라도 뒤로 빼내는 게 현명할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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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벙커샷을 가장 잘 한다는 개리 플레이어(남아공)는 체구가 작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벙커샷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대요. 그 결과 불멸의 골퍼가 됐지요. 벙커샷을 잘 하기 위해선 연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엔 벙커를 갖춘 연습장이 많다고 들었어요. 기본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면서 꾸준한 연습을 통해 나름대로 감을 갖춘 뒤 그때그때 실전 상황에 응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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