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노파는 반드시 손수 은행출입-증 시도 신고한 제일은 임상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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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윤노파는 주로 은행셔터가 내려진뒤에 뒷문으로 들어오곤 했어요. 이자를 꼬박꼬박 정기적금에 들었기 때문에 최소한 한달에 한번씩은 대면할수 있었습니다.』
윤노파의 정기예금 증서를 빼돌렸던 「하형사사건」을 밝혀낸 장본인은 제일은행 퇴계로지점의 신출내기 은행원 임상혁씨(21).
한창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3시쯤. 60대노인이 도장을 잃어버렸으니 인감을 변경하겠다고 내민 예금증서 3장을 보니 윤노파의 것임이 틀림 없었다.
『사고예금 표시를 해놓은 원장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즉시 담당 대리에게 보고를 했지요.』
물론 예금증서에 쓰여진 이름은 3개의 가명이었지만 3천4백만원의 단골예금주였던만큼 그정도는 쉽게 외고있었다는 것이다.
예금주들 중에는 자기도장에 가명을 쓰는 사람, 도장까지 가짜로 파는 사람, 아예 가짜도장, 가짜이름에 딴사람을 내세워 얼굴조차 감추는 사람들 별의별 경우가 다있다.
그러나 다행히 윤노파는 이름만 가명을 사용했을뿐 꼭 직접 나와서 예금을 하고 이자를 챙겨갔다. 만약 그렇지안고 철저히 비밀예금을 했더라면 도저히 드러날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평소 윤노파가 객장안쪽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있는동안 담당인 임씨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일을 보아줬고 늘 데리고 다니는 손녀딸 수경양은 가끔 껌을 통째로 사서 직원들에게 돌리기도했다.
『윤노파의 통장을 설마 기억하고 있을줄은 하형사도 몰랐었겠지요.』
임씨는 7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행한 은행사역 2년의 초년생.
평소 성실하고 친절하여 고객들의 인기가 높다고 주위에서도 칭찬한다.[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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