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화 세계에 자랑할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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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이틀째를 맞은 일류학자「레비·스트로스」박사는 12일 하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한국민족만큼 자신의 문화와 기억, 흔적을 지키려고 애쓰는 민족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앞서 용인민속촌을 둘러본바 있는 그에게 소감을 묻는 기자질문에 이 같이 말하고, 『자신의 전통을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1문1답 요지.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보나.
『아직 말할 자격이 없다. 여러 학자들과의 공동연구과제로 생각한다. 「삼국유사」(영역 본)에서 몇 편의 한국신화를 보았는데 한국이 오랜 역사가 있음을 알았다. 거기에서 한국인의 지혜가 독창적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이 전에 경험한 일본의 민담과는 질적으로 달리한다고 본다.』
-서양문화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동양문화의 가능성을 무엇인가.
『서양문화를 쉽사리 진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오늘의 서양문화가 1∼2 세기전의 세계지배문화에서 떠나 현대사회의 많은 문화중의 한 타이프라는 점이다. 동양문화는 19세기 서양문화가 먼저 시작한 기술개발의 힘을 방어하지 못해 충격을 받았으나 오늘날에는 그같은 문화의 잠식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서양문화가 동양의 그것처럼 강력한 에너지로써 자기문화를 재편성할 것인지, 아니면 데카당(몰락)과정을 걸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동서양은 통찰자의 대화로써 번성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구조주의란 무엇이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간단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통속적으로 말해서 구조주의란 인간을 해석하는데 있어 엄격히 과학적 논리에 의하려는 하나의 학문적 방법론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인간을 해석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구조주의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 전통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유교의 사유방식(음양의 논리) 이나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체계에서 구조주의적 특징, 즉 「요소」를「관계」속에서 파악함으로써 요소는 변하더라도 관계를 인식하려는 사고방법이 발견된다. 구조주의는 언어학에서 큰 영향을 받아, 인간학을 위한 방법론으로 확장해 왔다.』
-「친족의 기본구조」는 왜 인류학에서 중요한가.
『민족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특히 언어적 기록이 없는 민족의 정치·종교·사회·과학의 영역을 이해하는데 친족의 구조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친족의 구조야말로 한 사회의 정신적 영역에 속한다.』
-박사의 역사관은.
『역사가 없는 민족은 없다. 모든 인간들은 동일하게 옛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서양인들은 역사에 민감하다. 이들은 그로써 오늘을 설명하려하고, 정의하려하고 예언하려 한다. 서양사회에서의 역사는 마치 원시사회의 신화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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