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서 고약 2년 테레사수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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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웅덩이 동네 수녀님」-「카타리나」수녀가 「작은 자매」의 일원으로 한국에 온 것은 14년전인 67년 봄. 21세의 나이로 주님께 바친 삶, 이제 그녀의 나이 40이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과 함께 가난하게 생활하는 일관된 생을 지낸 그녀가 처음 한국에 와 몸담은 곳은 본당인 진주, 그리고 12년의 세월을 전라도를 순회하면서 나병환자들 곁에서 생활해왔다. 『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는 것이 익숙해져 나병환자들과 함께 지닌다고 해서 다를 바는 더욱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다 문들어져 버린 손을 모아가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봉천5동 산꼭대기 달동네식구가 된지는 이제 2년. 개인의 몸이 아닌 「동네 수녀님」이 된 그녀의 손은 하루도 물기가 마를 낙이 없다. 특별히 거창한 사업계획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자체가 봉사이며 곧 기쁨이기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함께 보건소에 가고, 동사무소에 가 서류도 떼주고, 맞벌이로 텅빈 집도 지켜주고, 일터에 간 부모대신 아이도 업어주고, 꼬마친구들과 노래하며 웃는 가운데 서너평 남짓한 그녀의 방은 밤9시가 넘도록 꼬마들의 차지다. 그래서 달동네아이들은 「카타리나」수녀와 하루를 함께 보낸다. 『이곳 달동네의 심각성은 한끼의 배고품보다 너무나 오랫동안 세상과 동떨어져 외로이 지내 그들 스스로가 만든 규범과 사고방식으로 굳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유난히 무당과 미신이 뿌리 깊게 생활에 젖어있어 「얼마 안있어 남편과 이혼하리라」는 무당의 말 한마디에 결국 이혼까지 하게되는 젊은 아낙네들을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누구보다 많이 절망하고 깊게 좌절하는 그들의 정신의 아픔이 곧 맑아지도록 그들 곁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낯선 땅 한국에 온 「동네 수녀님」 「카타리나」수녀는 세례명 「마리아·테레사」로 천주님의 딸이 되어 14년의 세월동안 한국의 슬픔과 기쁨과 변화를 겪으며 살아왔다.
그래도 손과 발과 음성이 모자라게만 느껴지는 그녀는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당당히 얘기한다. 『부디 모두를 형제처럼 기도하며 지내게 하소서』 또렷또렷 한 한국말의 기도였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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