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과일이 잘 안 팔린다|과수업자 올해도 적자 못 면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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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가을과일 작황이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난 풍작인데 반해 소비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초반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바람에 과수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과일의 수출과 가공처리등 판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재래적인 유통과정에 의한 국내소비에만 의존하고있어 특별한 활로가 트이지 않는 한 과수업자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
가을 과일의 대종인 사과의 경우 올해 생산예상량은 49만5천7백t으로 지난해 41만t보다 20% 늘어날것으로 집계됐다.
사과풍작으로 출하가 늘어나자 추석때까지만 해도 15kg 상품상자당(약 60개) 도매에 8천원씩하던 스타킹이 요즘 5천5백원, 중품은 4천5백원으로 떨어지고 홍옥은 상품4천원, 중품 3천5백원으로 덜어졌다. 작년 이맘때 시세와 비슷한 것이다.
배의 경우도 올해 생산예상량은 6만4천4백t으로 지난해의 5만9전6백t보다 약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배값역시 추석때만해도 15kg상자당(약30개) 상품도매값이 5천원이었으나 요즘 3천5백원, 중품은 2천5백원, 하품은 1천5백원으로 폭락했다.
이밖에 감귤은 생산예상량이 22만2천t, 단감은9천5백t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38%, 58%늘어나 지난해 시세와 비슷하게 거래되고있으며 밤도 대풍을 이루어 9월 중순 8kg당 7천원씩 했으나 요즘은 5천∼6천원으로 떨어졌다.
과일값이 이처럼 초기부터 바닥을 기고있는 이유는 올해 대부분의 과일이 대풍이라는 사실때문에 시세가 낮게 정해지고 있는 점, 추석때 대목을 보기 위해 일시에 출하량이 많았던점 등을 들수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소비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진하기 때문인것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일부 사과단지나 배단지에서는 과일을 내다팔아 적자를 보느니 그대로 내버려두거나 거름으로 쓰는 일까지 나타나고있다.
이처럼 과일시세가 형편 없자 업계에서는 과일의 해외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도 대외경쟁력이 약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배의 경우 금년초에 2천6백t을 15kg박스당 13달러씩 싱가포르· 필리핀에 수출한 것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수출을 추진하고있으나 시장이 좁아 3천t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는 18kg당 13·5달러씩에 덤핑하다시피 1백89t을 수출했으나 역시 수송비·관세등이 비싸 경쟁력이 거의 없으며 밤은 수입국인 일본도 풍작을 이룬데다 요즘 중공산까지 밀려들어 수출의 길이 막힌 상태다.
과일값이 떨어짐에 따라 농수산부는 10월중순부터 사과·배 수매비축자금으로 25억4천만원, 감귤 수매자금으로 37억5천만원을 농안기금에서 풀 게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과수업자들은 서울에서 상자당 4천∼5천원씩하는 사과가 산지에서는 2천원정도, 2천∼3천원하는 배는 1천원 미만에 거래되고 있음을 지적, 정부기관이 적정가에 직접 매입해줄 것, 수매자금을 대폭 늘려줄 것등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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