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체적 혐의 드러나면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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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경찰서의 법조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이 경찰의 수사 내용을 검토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건브로커 용의자 朴모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추적해 현직 검사 20여명 등 법조인 30여명의 명단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은 즉각 진상 파악에 나섰다.

대검 감찰부 관계자는 23일 "구체적인 비리 혐의가 드러난다면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엄정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검사들은 "朴씨와 통화한 검사가 누구냐"며 관심을 보이면서도 "법조비리가 있다면 마땅히 수사해야겠지만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관철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수(鞠敏秀) 대검 공보관은 "경찰은 朴씨의 모든 금융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포괄영장을 신청했었다"며 "포괄영장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청구하는 것이어서 계좌를 특정해 다시 신청하라고 지휘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던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해명자료를 내고 "이날 경찰에서 제출받은 수사기록에는 朴씨 등이 법조인과 통화했다는 등의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 당초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인권침해 소지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서부지청은 "경찰이 두번의 영장을 신청했는데, 한번은 기각했고 다른 한번은 재지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주까지 용산서 형사과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黃雲夏)강남서 형사과장은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대체로 기각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며 "브로커 용의자의 상대방은 법조인이고 이를 확인하려면 계좌추적을 해야 하는데 검찰이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 추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일각에선 파장이 커지자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朴씨의 혐의를 수사하던 중 30여곳과 통화한 사실이 발견됐으나 이는 朴씨에 대한 증거수집 차원이었을 뿐 법조비리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일각에선 朴씨가 법조인뿐 아니라 경찰관들과도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자 경찰이 자칫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원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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