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불 안보경협」과 한일의 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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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0억 달러의 안보경협」을 두고 양국의 견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는 공동성명 하나 없이 회담이 끝났다.
한국 측 입장은 처음부터 강경했다. 신 부총리의 표현대로 이것은 「경협이전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애당초부터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나 필요하다는 식의 전통적, 또는 통상적 접근방식은 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동북아 안보 역할의 적절한 분담이라는 명분의 확인이 다 긴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경협이 주제이면서도 통상적인 경협채널이 긴요치 않은 외교의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서 지난 8월말 제시한 주요프로젝트도 과거와 같은 사업 계획서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위한 참고 자료로서 제시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 60억 달러가 어디어디 쓰여질 것인가는 나중의 문제라는 것이다.
5차 계획은 기간 중 외자소요가 대충 4백65억 달러이며 이중 3백33억 달러를 뱅크론을 포함한 차관으로 조달하도록 짜여있다. 60억 달러 공공차관은 소요 외자의 13%에 불과하며 차관 계획 액의 18%에 해당된다.
이 정도의 경협 규모라면 별 문제되지 앉을 것이라는 판단인 듯하다. 문제는 명분인데 그것은 더 외교적으로 노력할 여지를 남긴다. 다만 어떤 형태로 타개의 실마리가 찾아지든 간에 새로운 차원의 양국협력관계의 정립은 과거처럼 「○○메모」식 정치적 타결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것이 가능한 경제 여건도 아니다. GNP만해도 이미 6백억 달러에 이르렀고 5년 뒤면 9백억 달러가 넘는다.
무역규모도 지금은 5백억 달러 수준에 와있으며 86년에는 1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된다. 이런 변화는 경제협력의 의미까지도 바꿀 수 있다. 개발화·대형화·상호 의존해 가는 국제경제에서 좁은 안폭와 국제이라는 자(척)는 이미 쓸모가 없게된다.
우리가 일본에 기대하는 경영의 의미도 이런 관점에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겠지만 동북아 안보정세의 인식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은 일본으로서는 더 전향적 자세로 과거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관계정립에 성의를 보여야할 때라는 것이 일반의 감각인 듯하다.

<김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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