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연립주택에 불 세모자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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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9일 새벽3시10분쯤 서울 신월동447의30 신일연립주택 C동107호 민학기씨(29·무직) 집 안방에서 민씨의 부인 변영숙씨(28) 장남 경일(4) 2남 경민(2)군 등 일가족 3명이 불에 타 숨졌다.
불을 처음 본 위층 김정록씨(36)에 따르면 열려진 창문사이로 연기가 스며들어 내려가 보니 민씨집 유리창 사이로 불길이 비쳐 나와 들어가려 했으나 현관문이 안으로 잠겨져 있었다.
김씨의 신고로 소방관들이 10분 뒤 현장에 도착, 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니 마루에는 석유곤로 주위에 쌓아 놓은 캐시밀론 이불·옷가지 등이 불에 타고 있었으며 매캐한 연기가 가득찬 마루옆 안방 문이 열린 채 3모자가 반듯이 누워 숨져있었다.
불은 민씨집 내부 23평과 가재도구 등을 태우고 10분만에 꺼졌다.
경찰은 석유곤로 주변에 인화물질을 쌓아두었던 점으로 미루어 변씨가 남편과의 불화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질식해 죽으면서도 몸부림친 흔적이 전혀 없이 가지런히 누워있어 약물 등으로 살해한 뒤 자살을 위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사체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하씨의 남편 민씨는 지난 5월12일 서울 강서경찰서 개화파출소 방법대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한채 평소 여자관계가 복잡하여 부부싸움이 잦았고 지난 27일 밤 심한 말다툼을 벌인 뒤 가출, 돌아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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