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 미국 주도의 낙관론에 쐐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사진)가 21일(현지시간) 회사 웹사이트에 국제 금융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 후 세계 경기회복론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분석 자료를 올렸다.

그는 "금융시장의 낙관론을 부추기는 다섯가지 미신을 깨뜨려야 세계 경제의 미래가 밝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로치가 지적하는 다섯가지 미신.

미국 주도의 경기 회복=낙관적인 전후 경기 회복 시나리오에는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가고,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 자본 유입을 통해 메울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은 믿기지 않는다. 미국이 현재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통화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비투자 주도의 경기 회복=설비투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선 미국의 기업 부문이 여전히 과잉생산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도 지금까지 미국의 경기순환 국면 가운데 설비투자가 경기 회복을 주도한 적이 없었다. 정보기술(IT) 발전이 세계 설비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이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미국의 저축률 개선=개인 저축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정부의 재정수지가 악화일로에 있다. 현재 가계.기업.정부의 전체 저축률인 여유자금 보유 비율은 2002년 하반기 현재 1.3%로 사상 최저다.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와 전쟁 및 감세 비용 등으로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이션 우려의 해소=세계 경제의 회복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라크 전쟁을 전후로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올랐다지만 유가를 제외하면 별로 오른 게 없다. 여전히 물가 하락 속에 경기가 침체할 우려가 남아 있다.

◆미국 외 지역의 성장 견인=유럽과 일본은 1% 안팎의 미미한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면서 경기 하강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