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포도주 전쟁」한창|불 농민들, 이 포도주 수송선을 붙잡아 술 쏟아버려|과일 싣고 국경을 넘던 스페인 화물열차도 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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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간의 농산물 수출입을 둘러싼 「농산물 전쟁」이 요즘 다시 일고 있다.
지난 10일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포도재배업자들이 세테항에 입항한 이탈리아의 포도주 수송선 암펠로스호를 점거, 이 배가 싣고있던 이탈리아 및 알제리산 포도주 1백80만l를 바닷속에 쏟아버린데이어 같은 날 인근 페르피냥과 프라드에선 일단의 프랑스 농민들이 스페인산 복숭아와 토마토를 싣고 프랑스 국경을 넘는 스페인 화물차를 세우고 몇t에 달하는 과일을 내동댕이쳤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26량의 기차에 실려 프랑스로 넘어온 시칠리아산 포도주가 농민들의 습격으로 모두 철길에 뿌려져 「술의 홍수」를 이뤘다.
이탈리아 포도주 수송선을 점거했던 프랑스의 포도재배업자들은 『이 배가 구공시(EC)역내에서 포도주 수출입에 관한 규정이 금하고 있는 혼합주(백포도주와 분홍빛 포도주를 섞음)을 싣고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 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외국산 포도주의 유입으로 타격을 걱정한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과일재배농민들도 스페인산 과일이 프랑스 국내시장에 투입돼 과일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프랑스 농민들의 이번 실력행사에 대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는 프랑스 산 육류와 치즈 수입금지등의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파리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은 프랑스 정부에 공식합의한데 이어 이탈리아 농업상은 EC의 관계위원회에 정식보고, 프랑스 농산물의 대 이탈리아 수출제한등의 보복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프랑스 농민들의 소요를 『해묵은 풍토병』이라고 규정, 프랑스 정부의 주의환기를 촉구하고 범법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프랑스 정부가 이 같은 농민 소요를 「관용」내지는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EC역내 신문들이 기사제목으로 즐겨 다루듯 『우유 전쟁』 『사과 전쟁』 『포도주 전쟁』 『쇠고기 전쟁』『돼지고기 전쟁』등 농산물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원상파리특파원>@@주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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