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 개회 결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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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늘로 대체휴일이 지나면 추석연휴도 끝난다. 국가와 국민이 모두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만 기약 없는 잠에 빠져 있다. 정기국회가 10일이나 지났는데도 개점휴업이다. 그러면서도 의원들은 약 400만원의 추석 보너스를 받았다. 그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도 없다.

 국회가 막혀 있는 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대신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관해선 당내에서조차 반대가 적잖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타결되지 않으면 일반적인 경제·민생 법안도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족의 뜻도 아니다. 유족들은 세월호특별법과 상관 없이 국회가 정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첫째 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19.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우리 집계 사상 이 당의 지지율이 20% 밑으로 내려간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지난 7·30 재·보선에서 11대 4라는 참패를 기록했다. 선거패배에 이어 지지율 급락은 당의 정국대처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과 반대가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당에는 위기감이 별로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미 본회의에 올라온 ‘무쟁점 법안’에 대해선 의장이 재량권을 가진다. 의사일정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의장의 직권상정이 제한되는 건 상임위에 갇혀 있는 ‘쟁점법안’인 경우다. 현재 본회의에는 경제 살리기를 포함해 ‘무쟁점 법안’ 91건이 올라와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없어 상임위를 통과한 것들이다. 정의화 의장은 이런 법안들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의장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요구하고 야당은 반대한다고 해서 의장이 선택을 미루면 안 된다.

 세월호 사태 이후 수개월 동안 국회는 법안을 한 건도 다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장의 결단’은 의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