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장재현 옹(82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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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얏차』-. 백발의 80 노인이 20대의 청년을 가볍게 넘기는 기합소리가 체육관을 울린다.
도복을 차려 입은 유도 8단의 서예가 각암 정재현 옹(82·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익아파트 1동)의 자세가 날렵하다.
부모 형제가 모두 50을 넘기지 못한 단명한 집안에서 80이 넘도록 동안과 젊은이의 힘을 지니고 사는 정 옹의 건강 비법은 3가지.
첫째가 유도다. 정 옹이 유도를 시작한 것은 60년전 보성전문학교 시절 심신단련을 위해서였다.
『요즘도 유도를 안 하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야. 계속 운동을 하면 식욕도 좋아지지. 점심은 조금 먹지만 아침·저녁은 한 그릇 반을 먹어야 힘을 쓸 수 있지』
대식가인 정 옹은 젊어서나 지금이나 식사량은 같다고 말한다. 따라서 별로 가리는 음식이 없다.
두번째의 건강법은 정 옹이 개발한 복식 호흡. 새벽3시면 일어나 6시까지 복식 호흡을 1백회 이상 하는데 방법이 독특하다.
좌선 자세로 앉아 충분히 숨을 들여 마신 뒤 단전(배꼽 아래 10㎝ 정도 부위)에 힘을 모으면서 5초간 숨을 멈춘다. 이때 『꽝꽝』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으로 아랫배를 때린 다음 다시 숨을 내뱉는다. 『내 배를 한번 보겠소. 이게 50여년간 다져온 복식 호흡의 증거지』 도복을 헤쳐서 보여주는 배는 자그만 바가지를 얹어 놓은 듯이 튀어나와 있다. 만져보니 그야말로 돌덩이를 만지는 것처럼 딱딱하다.
세번째 건강 비법은 심필로 불리는 붓글씨 쓰기다. 눈을 감고 정신 통일을 한 다음 눈을 감은 채로 쓰는 심필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창작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정신건강에도 더 할 수 없이 좋은 약이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우주와 같은 거지. 내 뜻은 무한한 우주와 내 생명을 일치시키는 거야』
젊었을 때는 동양화로 선전과 제전에 입상했었다는 정 옹은 요즘은 심필에 심취해, 그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내 목표는 나의 뜻을 펴기 위해 1백살 이상은 꼭 살아야 되겠다는 거요』 힘주어 말하는 정 옹의 모습은 머리는 백발이지만 얼굴은 10대의 홍안을 그대로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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