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1년 2개월 만에 대표팀 합류 "항상 긴장하며 최선 다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년 2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35·전북)이 후배들에게 대표팀에 대한 무게감을 전해줬다.

베네수엘라(5일·부천), 우루과이(8일·고양)와 A매치 2연전 명단에 포함된 이동국은 2일 대표팀 소집 장소인 고양 MVL호텔에 합류했다.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11골) 이동국 만한 공격수가 없다. 차기 외국인 사령탑을 찾지 못한 가운데 A매치 2연전을 이끌 신태용(44) 코치는 이날 "K리그 최고 득점을 가동하고 있는 이동국을 대표팀에 뽑는 게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22·레버쿠젠)도 "K리그와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동국이 형이 상당히 존경스럽다"고 말했고, 이청용(26·볼턴)도 "내가 만약 동국이 형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좋은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은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투지 실종을 아쉬워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이임생의 붕대 투혼을 그리워했다.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까지 1경기 남겨 둔 이동국은 태극마크에 대한 소중함이 남다르다. 이동국은 "대표팀은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자리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자리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뛴다는 걸 잊지 않고 나간다면 책임감 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3개월 만의 대표팀 재승선 소감은. 현역 은퇴까지 대표팀 은퇴는 없다고 말했는데.

"A매치가 100경기라고 특별한 건 없다. 지난 99경기와 마찬가지 마음으로 임하겠다. 나도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는데, 이런 날도 오고 기분 좋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대표팀에 대한 항상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은 실력이 안되면 못 오는 자리다. 항상 긴장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대표팀 막내 손흥민과 13살 차이다. 맏형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얼굴만 봐서는 차두리(34·서울)가 가장 큰 형인데, 옆에 붙어 다니겠다(웃음). 운동장은 나이를 잊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손흥민은 TV로 자주 보고 있다. 예전보다 여유 등이 좋아진 것 같다."

-대표팀 후배들이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해 박수와 기대를 함께 갖고 있더라.

"오지 말라는 소리를 돌려서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달라(웃음).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 나이 많다고 분위기 잡는 건 옛날축구다. 요즘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내가 20살 때처럼의 분위기는 아니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편안하게 해주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좋은 경기가 나올 것 같다."

-유능한 젊은 최전방 공격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많이 나와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좋은 선수들이 스트라이커 외면한 채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스트라이커로서 득점 노릴 수 있고, 비난 감수할 수 있는 선수들이 꾸준히 나왔으면 한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생각하고 있나.

"앞에 A매치 2경기만 생각해보죠. 멀리 아시안컵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앞의 2경기 그리고, K리그에서 경기력이 유지되면 저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월을 거스르고 A매치 100경기를 앞두고 있다. 최근 들은 가장 기분 좋은 이야기는.

"최강희 전북 감독님이 '너의 실력으로 A매치 100경기를 채우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다. 앞서 타의로 A매치 100경기와 은퇴식을 치러준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센추리클럽 가입도, 은퇴식도 내 실력으로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태극마크에 대한 소중함이 남다른 것 같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대표팀은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자리는 확실하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자리란 것을 확실히 알았으면 한다. 대표팀이 얼마나 무거운 자리란 것을 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축구선수와 팬을 대표해서 뛴다는걸 잊지 않고 나간다면 책임감 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