移通社 바꿔도 휴대폰 번호 유지 놓고 美통신委-업체들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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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고객이 이동통신회사를 바꿔도 전화번호는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 통신 당국과 전화 회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업체 간 경쟁을 더욱 촉발시키기 위해 이런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FCC는 1996년부터 이 서비스를 추진해 왔으나 업계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이 제도의 시행 시점을 올 11월 하순으로 못박았다.

FCC는 유선전화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동통신에서도 같은 서비스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영국.스페인.호주.홍콩.싱가포르에서 휴대전화의 동일번호 서비스가 별 문제 없이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버라이존을 비롯한 미국의 이동통신 회사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10억달러의 돈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또 치열한 업체 간 경쟁으로 전화요금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에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이미 충분히 넓다고 맞선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은 요금과 통화품질에 있는데, 동일번호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반면 통화 품질은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시행될 경우 미국 내 1억4천4백만명의 휴대전화 가입자 가운데 1천5백만명 정도가 수개월 내에 전화회사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전화 회사를 바꾸고 싶어도 번호가 달라지는 불편함 때문에 참고 있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추가 비용이 업체당 5천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전화 회사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소비자단체들은 전화 회사들이 이 서비스의 도입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고객들의 이동으로 늘어나게 될 고객관리 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 연방 항소법원에서 3명의 판사가 다루고 있는 이 사안은 앞으로 두달 내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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