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술대전심사평] 감상적이면서 상징성 강한 화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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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미술대전에서는 지난해부터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일정한 토론을 거친 뒤 작가들을 선정한다. 1차 심사에서 개진된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듯 전시공간 및 연출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 수준의 작품들이 돋보였다.

 190여 명의 지원작가 가운데 뽑힌 10명은 전시공간을 과도하지 않게 설정했으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업이 최대한 잘 보이도록 고민한 흔적을 보여줬다.

대상 배윤환 작가는 19세기 후기 낭만주의 경향을 연상케 하는 다소 감상적이면서도 상징성이 강한 화풍을 선보였다. 작품의 유머러스함이나 회화적 역량에서 오늘날 젊은 작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이 드러났다. 그는 거친 나무판자들로 가벽을 설치하고 그 위에 프레임을 제거한 거대한 그림을 붙여 놓았다. 서로 다른 형태의 다양한 액자들이 촘촘히 걸려있다. 화면 속 인물들은 힘겹게 버스나 전철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동시대 인간 군상을 예외적이고 탁월한 필치로 묘사함으로써 대상에 필적한다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 냈다.

 우수상 유목연 작가는 사회적 현상에서 관찰된 다양한 삶의 국면을 일종의 ‘안내서’ 혹은 ‘매뉴얼’로 정리한 뒤, 거기서 파생된 장치나 도구들, 혹은 방법들을 실제로 제작하거나 활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자신이 제작한 기발한 사물과 장치를 관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머와 비장함이 돋보일 뿐 아니라 시각적 에너지, 상상력, 시적 감상 등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을 보여주었다.

 이외에 다른 작가의 작품들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았다. 중앙미술대전은 지난 36년간 한국미술계의 핵심 공모전 역할을 해 왔다.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예술가들의 더 많은 열정과 창작의지를 북돋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장 유진상(계원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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