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년 브랜드의 공통점 '약속의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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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상무(경영공학 박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떠났지만 대한민국엔 진한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다. 방한 중 낡은 검정색 가방, 소형 의전차량과 왼쪽 가슴의 노란 리본 등을 통해 교황의 진정성 있는 언행일치를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가적으로 큰 슬픔과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약속으로 신뢰가 추락한 일상에서 교황의 언행일치는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주고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접하는 접점, 즉 ‘결정적 순간(Moment Of Truth)’에 브랜드가 약속했던 것들이 실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약속(Brand Promise)은 기업이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로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실천돼야 하며 실천 없는 약속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한때 미국 최대 대형마트였던 K마트는 “질 좋은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공”을 약속했지만, 외형 확장에만 치중하면서 성의 없는 서비스와 최저가격보장 정책을 폐지하는 등에 따른 매출 부진과 자금난으로 100여 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2002년 파산했다.

 브랜드 약속은 서비스나 제품을 경험할 때만 실천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서비스 이전과 이후에도 유·무형적 브랜드 요소를 접하는 매 순간마다 브랜드 약속을 되새긴다. 따라서 유·무형적 브랜드 요소로서 약속의 주체와 대상인 CEO를 포함한 모든 인적 요소, 브랜드 서비스 자체, 경험 절차 등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 약속은 실천되어야 한다.

 브랜드 약속은 소비자가 기대하는 이상의 가치를 충족시켜 소비자의 사랑을 얻기 위한 프러포즈와 같은 것으로 철저하게 소비자 관점에서 다음의 사항들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실천돼야만 한다. 첫째,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약속해야 한다. 둘째,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가치가 약속되어야 한다. 셋째, 소비자와 약속하기 전에 내부에서 먼저 명확히 공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의 모든 유·무형적 브랜드 요소에 대해 브랜드 약속의 실행방안이 매뉴얼화되고 체계화돼야 한다.

 브랜드 약속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가변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브랜드 약속은 더욱 철저하게 실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양치기 소년일 수밖에 없다. 약속을 잘 지키는 브랜드란 우리가 임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부여하는 훈장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브랜드의 흥망성쇠 속에서 100년 브랜드로서 가치를 축적하고 신뢰를 쌓는 길은 소비자에게 지키고자 했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란 단순한 명제가 더욱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상무(경영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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