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향미양 마음에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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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의정부의 뒤바뀐 아기사건은 두 아이가 친부모의 품으로 돌아감으로써 일단락 됐다.
지난 8일 아기가 바뀐 사실이 밝혀진 뒤 26일 향미 양이 유명환 씨 부부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양측에서 몇 차례 감정의 대립을 보였으나 이들 두 가족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이룰 지켜본 많은 국민들을 흐뭇하게 했다.
두 아이가 생부모에게 돌아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뇌성마비로 밝혀진 향미 양의 치료문제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큰 문제.
의정부 성모병원 측에서는「현대의술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향미 양을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향미 양의 부모는 이 약속이 미온적이며 실현성여부에 의문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씨측은『지난 8일 아이가 바뀐 사실이 처음 드러난 뒤 병원 측에서 스스로 찾아와 사죄하거나 협의한 일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향미 양의 치료는 둘째치고 아이를 바꾸는 과정에서 병원 측이 거중조정역을 맡았더라면 좀더 빨리, 조용히 해결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일련의 경위로 보아 병원에 대한 유씨 측의 불신감은 크기만 하다.
다음에는 2년5개월여 동안의「기른 정」과 어린이들의 적응도 남은 문제.
어른들이야 친부모라는 입장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으나 철모르는 어린이들에게는 지난 18일 동안 크나큰 시련을 겪었다.
더구나 건강이 좋지 않은 향미 양은 친자확인·기초검사·특수검진 등의 과정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으며 민아 양 역시 갑자기 바뀐 환경과 낯선 쌍동이 언니 민경 양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
이를 위해서는 이들 두 가정이 한동안 자주 어울려 어린이들에게 친근감을 서서히 심어주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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