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조「명인」우세 점쳐|26·27일 본인방 결정전 1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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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바둑계 3대 타이틀의 하나인 혼인보(본인방)결정전 7번기 제1국이 26·27일 이틀간 가나까와(곤나천) 현 하꼬네(상근)의 화월원호텔에서「다께미야」(무궁정수·9단·30) 혼인보와 도전자인 조치훈(9단·24)명인사이에 벌어진다.
조명인과「다께미야」혼인보는 모두 고「기따니」(목곡실)문하에서 바둑수업을 닦은 동문. 「다께미야」가 조명인의 선배다.
일본바둑계는 젊은 두 기사의 대결에 대해 대체로 조명인의 우세를 점치고있다.
조명인은 지난해「오오다께」(대죽영웅) 9단을 꺾고 명인타이틀을 쟁취한데 이어 올해에는 바둑사상 전례 없는 7전 전승으로 혼인보도전권을 따내는 등 파죽지세로 일본바둑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가진 21국의 전적을 보면 17승 3패 1무로 승률 85%. 이에 비해「다께미야」혼인보의 전적은 5승 4패로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1년 전「가또」(가등검하)9단으로부터 혼인보타이틀을 빼앗을 때의 연전연승하던 기세가 한풀 꺾여있는 상태다.
조명인의 기풍은 실리위주이면서 끈질기다는 평이다. 도중에 불리해진 바둑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있다.
이에 비해「다께미야」9단은 이른바「우주류」라고 불릴 정도로 호방한 편이다. 그래서 이틀에 걸쳐두는 혼인보전 쪽에선 긴 바둑을 두는 조명인 쪽에 부가 많은 것이라는 평가다. 실리보다도 두터운 세력을 구축, 단번에 국면을 압도하려 드는 것이 특징이다.
조명인과「다께미야」혼인보가 승부를 겨룬 것은 72년 신예토너먼트전에서 첫 대국을 가진 이래 모두 13번. 조명인이 8승 5패로 과거 전적도 조명인의 우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수 한수에 최선을 다 하는 바람에 후반에 들어 초읽기에 쫓기는 일이 많았던 조명인은『근래에는 시간배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있다』고 말하고「다께미야」혼인보가 동문수학한 대 선배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임전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다께미야」혼인보도『상대가 명인이기 때문에 바둑둘 맛이 난다. 조명인은 한국에서 건너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기량을 닦았기 때문에 내가 갖지 못한 장점도 많이 가지고있다』며 그러나『내 나름대로의 자연스러운 바둑을 두겠다. 그렇게 해서 이긴다면 그것이 최고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이번 대국에 대한 일본바둑계의 평은 다음과 같다.
▲「사까다」(판전영남) 9단=조치훈군은 하루에 끝나는 바둑보다 이틀에 걸쳐 두는 바둑에 뛰어나고 승단전에서도 7전 전승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께미야」군은 대국적인 바둑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국면으로 바둑이 전개되면「다께미야」가 유리하다. 그러나 난전으로 시간을 끌게되면 조명인이 유리할 것이다.
▲「하시모또」(교본창이) 9단=두 사람은 기품이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바둑이 될 것이다. 조가 우세하다. 하지만「다께미야」의 유연한 기품은 조를 역으로 공격, 볼만한 대결을 이룰 것이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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