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줄인 부실대학에도 가산점 … 퇴출 취지 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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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9일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19곳을 발표했다. 이들 대학은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올해 이들을 선정하면서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대학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줘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대학이 정원 감축을 통해 연명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도권 대학에서는 정부가 정원 감축을 밀어붙이기 위해 무리한 수단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에는 4년제에서 덕성여대·청주대 등 9곳이, 전문대에선 영남외국어대 등 10곳이 포함됐다. 이들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과 연계해 국가가 주는 ‘국가장학금 2유형’ 을 신청할 수 없다. 부실 정도가 큰 7곳(4년제대 4개, 전문대 3개)은 학자금 대출제한 및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들 대학의 내년 신입생 중 가구소득이 상위 30%인 학생은 등록금의 30%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4년제 대학 197곳과 전문대 137곳을 대상으로 재학생 충원율·취업률·교육비 환원율·장학금 지급률 등 8개 지표(전문대는 9개)를 상대 평가해 각각 하위 15%(43개 대학)를 추렸다. 이후 내년부터 정원을 줄이겠다는 8개 대학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해 제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5개 대학이 추가로 정원감축 계획을 내게 유도해 16개 대학(정원 감축 계획2801명)을 빼줬다. 최종적으로 19곳만 남았다.

 교육부의 평가 방식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원 감축 계획을 내고 명단에서 빠진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의 부실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목적과 달리 정부의 정원감축 계획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가 평가 잣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사실상 충원율 등에서 모두 만점을 받기 때문에 점수차이가 크지 않다”며 “교육부가 정원 감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에까지 정원 감축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립대 교수는 “정원감축 가산점은 다른 대학들이 어떻게 써낼지 모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국·영·수 시험을 본다고 해놓고 체육 가산점만으로 기말고사 등수를 매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0.1~0.2점 차이로 커트라인이 갈리기 때문에 정원감축에 따른 가산점의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사립 전문대는 2015·2016학년도에 정원의 28%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하고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실 대학이 연명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한석수 대학지원실장은 “부실 정도가 심각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은 정원감축 가산점에 따른 지정유예 대상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 정말 열악한 대학은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올해로 끝마치기로 했다.

윤석만·김기환 기자

◆재정지원제한 대학=교육부 평가에서 하위 15%에 선정돼 재정지원이 중단되는 대학. 특성화대학·학부교육선도대학 등으로 선정되지 못해 지원을 못 받게 돼 큰 타격을 받는다. 이 중 부실 정도가 심한 대학은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돼 상위 계층의 신입생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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