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하루만이 「효도의 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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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라일락 향내 질은 교정에 팡파르가 울리면 5월은 온통 축제 무드로 들뜨고 낯선 친구도 반가운 느낌이 드는 요즘이지만 울적한 마음은 숨길수가 없다.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노인들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노인대학 교사생활 4년 동안 참으로 많은 교훈을 배웠다.
노인은 귀찮지만 남편을 낳아 준 분이라서 같이 살고 있다는 인텔리 며느리를 만났을 때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5월 어느 하루만이 효도의 날인 것처럼 시끄럽고 사치스러운 행사보다는 노인들에게는 따뜻한 젊은이들의 보살핌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떠들썩한 양로원 방문보다는 꾸준히 찾아가는 온정이 더 필요한 것이다.
노인학교를 통해 노 부모님들의 인정과 올바른 전통을 깨우쳤다.
찰옥수수가 맛이 좋다며 손수 쪄 주시던 그 고마운 정성, 복잡한 시내버스에서 큰소리로 『선생님』이라 부르며 자리를 양보하려던 노인들의 자상함에서 뿌리깊은 한국의 정을 느꼈다.
노인들과 함께 지낸 날들은 정말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이었음을 자랑하고 싶다. 또 수많은 교훈을 같은 또래 젊은이들에게 나누어 주고싶다,
젊은이는 우리의 것을 찾아야한다. 대학축제 때마다 활발하게 펼쳐지는 민속놀이·민속제전 등으로 우리들은 옛 것을 다 알고 전통문화를 내 곁에 두고있다는 어리석은 착각을 일깨워주고 싶다.
우리들은 노인들을 통해서 배우고 익힐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세상에는 많은 지식이 있지만 경험보다 풍부하고 깊은 지식은 없을 것이다.
한번 이해해주고 또 한번 이해해주고 그래도 안되면 용서해주는 넓은 마음도 노인들이 아니면 힘들 것이다. 노인을 존경하고 노인들에게 사회 참여의식과 그들에게 삶의 전통을 배우는 것이 정작 전통 문화 전달의 첫걸음이 아닐까.
노인학교를 통해서 늙음 그 자체는 한없이 외롭고 고독한 병인 것을 느꼈다. 『늙음의 병을 치료해 준 곳이 노인학교였고 의사는 젊은 선생들이었다』는 노인학교 졸업식의 할머니 고별사는 우리 모두를 숙연케 했다. 졸업식 전날 마지막 수업에서 노인들이 대부분 낙제하시겠다고 말씀하실 때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월 한달 만이 어버이 달은 아니다. 그리고 내 가정과 내 친지들에게만 눈길을 줄 것이 아니라 주변으로 눈을 돌려 콘크리트의 딱딱한 그늘아래서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따사로운 인정을 나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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