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건축 혼란 뒷짐만 질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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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들어 한동안 부동산시장이 잠잠한가 싶더니 재건축시장의 과열로 투기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에선 재건축 소문에 하루가 다르게 값이 뛰는 가운데 재건축아파트값이 평당 2천만원을 넘었다.

정부가 뒤늦게 투기지역으로 지정한다며 칼을 뽑았으나 이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재건축을 규제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선 이를 완화하는 정책 혼선을 빚는 사이에 사태만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시장 과열의 밑바닥에는 개발 이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심리와 일관성없는 정책이 깔려 있다. 물론 집이란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된다면 다시 지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재건축은 안전보다 다분히 주민과 건설업자의 이해에 끌려온 측면이 강하다. 얼마전 서울의 한 아파트가 평당 2천5백만원의 분양가에 재건축을 추진하다 시공사들의 반대로 유보한 것은 건축조합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건설업체도 이윤을 붙여 고액의 분양가가 책정되고 그게 다시 인근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충돌도 재건축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제도의 틀을 쥐고 있다고 하나 막상 중요한 안전진단 등 재건축 판정은 구청에 맡겨버리고 있다.

지자체장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주민 요구에 취약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가 재건축 판정에 안전뿐 아니라 경제적 효용까지 따지겠다고 나선 것도 배경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재건축은 자원의 낭비, 집값 상승, 교통난 외에 건축쓰레기의 대량 발생 같은 부작용이 한 둘이 아니다.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도시의 스카이 라인도 크게 훼손됐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을 막자면 정부가 분명한 원칙을 지녀야 한다. 전체 도시계획 차원에서 재건축을 다루고 안전진단 기준도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손질해야 한다.

그래야 지자체의 자의적 결정을 막고, 재건축 판단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주민 불평도 줄일 수 있다. 재건축이 시도 때도 없이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 노릇을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