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첫승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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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브렌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은 김병현의 선발 전환을 의아하게 여기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K가 구원투수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으면서도 선발투수를 시켜달라고 자꾸 졸라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한국에서는 선발투수만을 진짜 투수로 여기나 보더라"고 말했다.

구원투수로 20승을 거둔 김병현이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투수'인 선발투수로서 첫승을 거뒀다. 20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벌인 원정경기에서다. 선발로 전환한 후 타선의 부진 속에 3연패한 뒤 네번째 도전 만에 거둔 승리다.

지난 15일 부러진 방망이에 발목을 맞았던 김병현은 "발목이 아파 평소 힘의 60~70%밖에 내지 못했다. 오른발은 중심만 잡아주고 맞춰잡겠다는 생각에 팔로만 던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7이닝 동안 삼진은 한개에 불과했고 5안타.사사구 4개를 허용했다. 그러나 두둑한 배짱과 위기관리로 3실점으로 막으면서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 진출 후 최다이닝 투구였다. 투구 수는 98개, 1승3패에 방어율은 3.75로 좀 높아졌다.

김병현은 2회초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2루타도 때렸다. 1-0으로 앞선 2사 3루에서 전진수비하던 우익수 키를 넘겨 1타점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3호 안타로 통산 3타점째다.

누상에 나가 있다가 2회말 가쁜 숨을 쉬며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지뢰밭을 만났다. 카디널스의 4번 짐 에드먼스(타율 0.390), 5번 에드가 렌테리아(0.343), 6번 티노 마르티네스(0.305) 의 강타선이다. 렌테리아는 김병현에게 통산 3타수 3안타로 강했고, 마르티네스는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9회말 동점홈런을 때린 장본인이다.

김병현은 첫 타자 에드먼스에게 볼넷을 내줬고, 렌테리아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했다. 무사 2, 3루에서 빛나는 피칭이 시작됐다. 아끼던 힘을 발휘해 마르티네스를 유격수 플라이, 엘라이 마레로.마이크 메서니를 연속 투수앞 땅볼로 잡았다.

4회에 다시 지뢰밭에 봉착했다. 1사 후 에드먼스에게 볼넷을 또 내주면서다. 렌테리아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1, 2루. 이어 마르티네스의 타구는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볼 같았으나 좌익수가 중견수 쪽에서 수비한 탓에 2루타가 됐고 마레로의 1루 땅볼은 1루수가 홈에 악송구하는 바람에 동점이 됐다. 이어 메서니에게 좌전안타까지 맞고 3실점했지만 계속된 위기를 투수앞 땅볼 두개로 마감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5회 루이스 곤살레스가 곧바로 중월 투런홈런을 터뜨려 4-3으로 재역전했고, 마무리 맷 맨타이가 8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하며 승리를 지켰다.

김병현은 오는 26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시즌 2승째에 도전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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