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울먹거리며 “미래에는 대우같은 일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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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년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우중 전 회장은 26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특별포럼-김우중과의 대화’ 행사 중간에 깜짝 등장했다.이날 행사에는 옛 대우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해 큰 박수로 김 전 회장을 맞았다.

김우중 전 회장은 임직원과 취재진 앞에서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눈물을 보였다. 김 회장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이 진행된 15년간 대우인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며 “억울함도 있고 비통함도 있고 분노도 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여서 감수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우중 전 회장은 원고를 읽어 가던 중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평생동안 항상 앞만 보고 성실히, 열심히 달려왔다”며 “그것이 국가와 미래에 대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가 주는 교훈 속에서 조금이라도 과거에 비해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래에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남은 여생을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저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며 “남은 생 동안 마지막 봉사라고 여기고 글로벌YBM 을 통해 해외로 많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성심껏 도와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키우는 젊은이들은 대우의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며 “여러분도 많이 성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 머무르며 인재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생들을 청년사업가로 육성하는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s)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고 있다.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미얀마에도 GYBM 과정을 만들 예정이다. 김우중 전 회장은 책에서도 인재 양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처럼 앞을 보고 사람을 키우고 있다”며 “마쓰시타 정경숙은 일본의 정치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한 것이지만 우리가 하는 건 세계를 돌아다닐 경제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내가 마지막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 젊은이들이 나 대신 세계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키우는 데 내 여생을 바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회장은 단상에 올라 짤막한 소감을 밝힌 뒤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번 주말께 베트남으로 다시 출국할 예정이다. 김 회장 측근은 “추석을 보내지 않고 다시 돌아가는 것은 베트남은 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평소에도 일주일에서 열흘간 머무른 후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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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일보 포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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