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만 앞세워 현실감 적은『억척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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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제1TV의『억척선생 분투기』는 그 제목이 말해주듯이 학원과 가정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교육적 눈으로 보는 드라머라고 할 수 있다.
제복의 청소년들을 다루는 유일한 드라마라 아끼고 싶은 심정에서 유심히 보아 왔지만, 우선 그 방향 면에서 잘못 짚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겠다.
드라머 자체나 교도적 측면에서 어떻게 한결같이 이른바 문제아나 일부층의 비뚤어진 사례만을 제재로 삼아야하는 것이며, 그렇게 선정된 내용도 요새 학생들의 감각이나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먼 부자연스러움을 작위적으로 엮어가야 하는 것인가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 느닷없는 충동적 행위를 전제해 놓고 그 이면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면 요즘 학생들이 저만한 일로 과연 저토록 무분별해질 수 있는가 싶기도 하고, 또 얼마든지 가볍고 밝은 쪽으로 처리하면서도 교육적 효과와 극적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데도 굳이 현실감각에 맞지 않는 50년대식을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아 지나친 문제의식만을 내세워 기술적인 면에서 현실감을 저버린 듯한 인상은 드라마로서도 구태의연하다는 느낌만을 줄뿐 문제해결에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해줬으면 한다.
드라마 아닌 프로그램으로 주로 대학생층을 대상으로 잡은 것으로는 MBCTV의『영11』『청춘만세』, KBS제2TV 일요일의『젊음의 행진』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젊은 개그맨이나 그룹사운드 중심의 오락프로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 속에 다뤄지는 내용도 가급적 오락성 짙은 것을 고른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오락프로는 철저히 오락적이어야 한다는데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작금의 일반 쇼프로에서 말썽이 되는 것과 같은 문제가 건전한 오락을 즐겨야하는 대학생 대상프로의 전반적인 추세가 되고있어 우려될 때가 많다.
대부분이 외국가요인데다 디스코나 신나게 추고, 말장난 위주의 개그라는걸 예사스럽게 하는 것까지는 묵인한다 치더라도 그것을 통해 젊은이의 오락적 의식을 선도하는데 털끝만큼이라도 기여해야 공기로서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더우기 난잡스런 분위기를 전체 젊은이의 풍토인양 유도해 나가는 무책임한 영합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줄 안다.
줄잡아 얘기하기엔 개중에 건질만한 요소도 있으나 편성자체도 초저녁 시간대에다 젊은 방청객들이 구름처럼 모인다고 해서 그것이 오늘의 젊은이 감각을 대변하는 듯 전혀 반성 없이 되풀이돼야 한다는 건 스스로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이 저급한 비속어 투성이의 콩트타입의 개그와 외국가요와 몸놀림만이 오락성의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신상일(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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