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호동의 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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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모지악 이부지우 가득자호』

<어머니의 잘못을 드려내면 아버지에게 근심을 끼칠 터이니 효라 하겠는가?>
왕자 호동은 낙랑공주와의 비원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고구려 대무신왕(?∼44년)의 차비 소생인데 얼굴이 아름다왔기 때문에 호동이라 부론 것이다. 그가 한번은 옥저로 사냥을 갔다. 낙랑왕 최리가 호동을 보더니 『그대의 용모가 비범한 것을 보니 혹시 고구려왕의 아들이 아닌가?』하고 물었다. 그래서 그는 그날 자신의 딸인 낙랑공주를 아내로 주었다.
호동은 낙랑공주를 시켜 무기고에 있는 무기와 북·나팔 등을 파괴시긴 후 돌아와 대무신에게 낙랑을 공격하자고 권하였다. 고구려군이 쳐들어오는데도 그걸 알릴 북과 나팔이 없는 낙랑은 속수무책이었다. 딸의 소행임을 안 최리는 공주를 죽인 후 항복하고 말았다.
대무신왕의 원비에게도 해우라는 왕자가 있었다. 전공을 세운 호동의 존재가 자기 아들이 차지해야 할 태자의 지위를 차지할까 두려워 왕에게 『호동이 저에게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하고 참소하였다. 그러나 대무신왕은 호동을 믿고 싶었다. 해우는 『대왕께서 저의 말을 못 믿으시겠거든 잘 살펴보십시오. 제가 거짓말을 한다면 죽음도 달게 받겠읍니다』하였다.
어떤 사람은 호동에게 변명하기를 권하였다. 그러나 호동은 『그렇게 하면 어머니의 잘못을 드러내 아버지에게 근심을 끼칠 것이니, 효도라 하겠는가?』하고는 칼로·배를 찔러 죽고 말았다. <삼국사기 권십사 고구려 본기>
김부식은 삼국사기사륜에서 『왕이 참소를 믿고 아들을 죽게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호동에게도 죽지 않아도 될 것을 죽음으로써 아버지를 불의에 빠뜨린 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아들 노릇하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조수익 <민족문화추진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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