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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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녀린 겨울햇살,
반짝이는 물 비늘.
잠시 머물다가
휘돌아간 바람 따라
뽀오얀 물안개 속에
나부끼는 갈대 숲

<Ⅱ>
숨막히는 정적 속에
갈대 숲을 헤치면
문득 가슴 때리는
우레 같은 절규, 절규
그들은 울고있는 걸까
아니면 웃는 걸까?

<Ⅲ>
어디서 왔는지
갈 곳도 다르지만
메마른 갯벌 위에
휜 날개 잿빛 날개
모두가 한데 어울려
한가롭게 거니네.

<Ⅳ>
아스라히 멀기 만한
하늘 끝에 닿이고저
얼어붙은 대기 속에
작은 나래 힘껏 펴고
한 조각 종이비행기 되어
높이높이 날아본다.

<Ⅴ>
잊혀졌던 추억처럼
어둠이 스며들고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만이 사나운데
그 강가 어느 곳에서
지새울까, 이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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