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BOX] 루이 14세는 발레리노 … 발레, 태생부터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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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르네상스 이후 오랫동안 발레는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그 자신 발레리노였던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발레의 모든 것을 체계화하고 성문화했다. 파리·베르사유·빈·밀라노·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당시 유럽의 선진도시가 발레를 키웠다. 도시의 수준 높은 문화적 품격은 그대로 발레의 뼈대로 자리 잡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발레는 대중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품격에 대한 추구라는 전통만은 변함이 없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긍지가 있다. 평소에도 꼿꼿이 서고 움직임 하나에서도 우아함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등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발레는 몸의 움직임과 함께 우아하게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가르쳐주는 교육도구이기도 했다. 발레를 배우면서 거기에 깃든 정신과 지성, 그리고 문화적 향기를 배우는 것은 덤이다.

 현역 발레리나에서 은퇴한 지은이가 늦깎이 학생으로서 컬럼비아대와 뉴욕대에서 미국과 유럽의 문화사를 공부해 이 분야 대가가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책은 그 치열한 삶의 연장선상에서 나왔을 것이다. 마치 발레 같은, 우아하고도 열정적인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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