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수 있었던 범인 놓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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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대독자 이윤상군(14·경서중1년)유괴범은 잡을수 있었는데도 경찰의 실수로 눈앞에서 놓쳐버린 사실이 밝혀졌다. 유괴사건발생1주일만인 지난해11윌20일 범인들이 제시한 첫 접촉장소인 서울종로2가 제과점 고려당에 윤상군의누나 연수양(15·중앙여고입학예정)을 납치하려던 20대여자(유괴범중1명)가 나타나 경찰과함께 현장에 나갔던 연수양의 친구 조모얌(15·당시 서울여중3년)과 눈이 마주쳤으나 조양이 놀라서 당황하는 사이에 범인은 재빨리 달아나 때마침 출발하던 시내「버스」를 타고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조양은 지난해10월13일 연수양 유괴미수사건때 친구인 연수양의 부탁을받고 학교안 수돗가에서 여자범인과 연수양이 만나는것을 옆에서 지켜본 목격자로 2일 본사기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관련기사 10면>
조양은 윤상군 유괴사건이 일어나자 두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한 경찰의 협조요첨을 받고 범인이 돈을 가지고 나오라는 장소인 고려당에 수사관들과 함께나가 형사들의부탁대로 범인을 찍어주기로 했다.
조양은 사건발생 1주일만인 지난해11윌20일하오3시30분쯤 마포경찰서소속형사3명과 함께 차를 타고 고려당으로가 부근에서 내려 고려당쪽으로 걸어가고있었다.
범인과의 접촉약속시간은 하오7시로 되어 있었으나 경찰은 주변을 살펴보고 적당한 잠복처를 물색하기위해 미리 이곳에 나왔던것.
조양은 이에앞서 형사들과 쉽게 통할수있는 암호를 정해 만약에 범인이 나타나면 손으로 머리를 긁는 시늉을 하기로 했다.
조양이 형사들의 뒤를따라 막 고려당 문쪽으로 들어서려는순간 4m쫌 띨어진 구정상회쪽에서 다가오는 20대여자가 있었다. 언뜻 쳐다보니 낯이 매우 익은 사람이었다. 그여자는 바로 지난해10월13일 연수를 찾아 학교에나타났던 여학생차림의 범인이었다. 단지 옷차림이 서울여고교복에서 청바지에「셔츠」로 바뀌었고 돗수없는 안경도 벗어버린 모습이었다.
조양이 이 여자를 범인이라고 판단했을때 형사들은 이미 고려당안으로 들어가버린뒤였고 범인쪽에서도 조양을 알아븐듯 갑자기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차도쪽으로 홱돌리며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면서「택시」잡는 시늉을 했다.
조양은 이때 어찌할바를몰라 함께간 형사들을 부르려고 고려당안으로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여자가그때막동대문쪽으로떠나려는시내「버스」에 황급히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조양은『당시 형사들이 나의 앞뒤로 나뉘어 가기만 했더라도 범인을 잡을수있었을것』이라고아쉬워했다.
이에대해 경찰은『당시조양으로부터 범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뒤쫓아 나갔으나 이미 사라진 뒤여서 어쩔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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