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독주에 강력한「브레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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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도파-현대의 일전은 노련미와 패기의 대결로 근래 보기 드문 명 승부였다.
올해 제천여고를 졸업한 거포 김정순(1m78㎝)을 입단시킨 현대는 선경합섬·태광산업에 이어「타도 미도파」의 3번째 타자로 기치를 높이 들고 패기 있게 도전, 실로 6천여 관중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을 전개시켰다.
현대는「서브」가 강한 이병화로 하여금 미도파의 곽선옥·임해숙에게 주로 「볼」을 보내도록 하여 이들이 공격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이은경·김정순이 중앙에서 맹타와 「블로킹」으로, 오른쪽에서 김영숙이 강타를 터뜨려「세트」마다 크게 앞서나가 미도파를 괴롭혔다.
전선수가 국가대표인 미도파는 중앙에서 곽선옥이 김정순에게 철저히 봉쇄 당한데다 노련한 왼쪽의 임해숙 마저 김영숙·이은경의「콤비·블로킹」에 꽁꽁 묶여 제몫을 못해 시종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미도파는 첫 「세트」를 15-13, 제4 「세트」를 15-10으로 내주고 제2 「세트」는 9-2까지, 또 제3 「세트」는 14-11로 「리드」당하면서 역전, 시종 끌려 다니다시피 했다.
「세트」마다 선전한 현대가 다잡아 놓은 대어 미도파를 결정적으로 놓친 것은 미도파의 노련미를 극복하지 못한데도 있었지만 「벤치」의 착오도 있었다.
현대는 제3 「세트」에서 14-11로 「리드」하고있을 때 장신 김정순이 후위로 돌아오자 김정순을 공격 때에 대비, 쉬게 하기 위해 남명례(1m65㎝)로 교체시켰는데 매「세트」에 선수는 6번밖에 교체할 수 없는데 묶여 김정순을 공격에 가담시킬 수 없었던 것.
결국 이「세트」에서 현대는 17-15로 역전패,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세트·스코어」2-1로「리드」를 당하고 말았다.
현대는 77년 창단 이래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미도파를 꺾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지만 미도파 독주시대의 강력한 도전자로 급성장, 국내 여자배구의 새로운 강자로 위치를 굳혔다.
현대의 전호관 감독은 『역시 미도파는 노련했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미도파 「콤플렉스」를 벗어났다』고 말하고 『오는 4월 실업1차 연맹전에서는 기필코 빚을 갚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에 시종 끌려 다니다시피 한 미도파의 이창호 감독은『아주 불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단 한가지「핀치」에서 헤어나는 선수들의 노련미는 높이 사고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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